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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사람과 사람 연결해주는 것”

국제 대회 수상·전 세계가 인정한 셰프
남북 단일팀 구성·대안학교 설립 목표

2019년 07월 11일(목) 18:59
[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 “나비는 꽃과 꽃을 연결해주지만, 요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줍니다.”

‘더 문 레스토랑’의 문환식 대표(38)는 “어머니 음식이 맛이 없어서 요리를 시작했다”는 우스갯소리로 요리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1999년 요리 학원의 문을 두드린 문 대표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자연스럽게 셰프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를 개발 중에 있다. 학업에 남다른 욕심이 있었던 그는 일용직은 물론, 횟집에서 하루 종일 생선토막만 내기도 하고 주말에는 건설 현장에서 아파트를 지어 올리며 요리공부에 열중했다.

“요리는 남에게 배우는 것보다 직접 연습하면서 터득하는게 훨씬 빨라요. 어느정도 숙련되면 그때는 남한테 배우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를 때는 스스로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요리를 연습하려면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가 없어요. 매일 로브스터 요리를 연습한다고 생각하면 그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죠. 저도 학비와 외국에 나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하루 겨우 4시간을 자며, 라면 끓여 먹는 시간도 아까워했던 문 대표에게도 요리에 있어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요리에 열중하다보니 부모님 얼굴도 못 뵈고 살았어요.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을 하다보니까 너무 힘이 들어서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그래서 당시 공중전화 박스에 있던 전화번호부에서 업종별로 정리된 직업을 다 훑어봤는데 결국은 다시 요식업이더라고요. 서점에 가도 요리책, 길거리에서도 식당 간판, TV에서도 요리 프로그램만 보이니까 이 길이 내 길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때 느낀 회의감은 문 대표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바로 재료를 알고, 원리와 조리법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치를 깨달은 문 대표는 약학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됐다.

문 대표는 “요리나 약이나 똑같은 천연물에서 온다고 생각한다”며 “본초학은 요리의 기본이 된다. 재료를 실제로 본 사람과 보지 않은 사람, 직접 만져보고 만져보지 않은 사람의 음식은 맛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게 돼있다”고 전했다.

이어 “요리는 몸으로 하는게 아닌 머리로 하는 것이다. ‘믹스 앤 매치’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재료끼리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상상력을 발휘해 머리속으로 스케치를 그린 뒤, 실행에 옮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올림픽에 출전한 문환식 셰프가 수상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문 대표의 노력은 각종 세계 대회 수상이라는 값진 결과물로 돌아왔다. 국내는 물론, 독일, 싱가폴,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저는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못했어요. 친구들은 다 유학을 갔는데 저는 여기서 돈을 벌고 있으니 제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죠. 그래서 제가 잘 하고 있는지를 평가받고 싶어서 세계 대회에 계속 도전을 했어요.”

그는 룩셈부르크 월드컵, 독일올림픽 등에 출전하며 에피타이저 6인분, 메인요리, 3코스요리, 레스토랑 2종, 뷔페 플레이드, 연회요리, 국가대표 단체전, 설탕공예 등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안았다. 아시아최초 육류요리 부문 동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그는 “상의 갯수보다 질이 중요하다. 이 상들은 내가 살아왔던 길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계 대회에 자주 출전하는 만큼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가장 큰 장벽은 ‘문화’였다.

“저는 서양인이 아니기 때문에 서양요리를 배우는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제가 러시아에 있을 때 루마니아 룸메이트가 떡국을 먹어보고는 ‘츄잉 스프’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껌처럼 끈적인다는 뜻이었는데 외국에서는 껌처럼 질겅질겅하는 느낌의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브로콜리를 케첩에 버무려서는 김치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이처럼 그 나라 음식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선을 뒤집어 먹지는 않는 등의 식사예법까지 배워가면서 해야돼요. 작은 문화의 차이까지도 알아야 합니다.”

또, 그는 지방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이동 시간의 서러움과 독일올림픽 출전 당시 공항에서 요리도구를 다 빼앗긴 에피소드를 전했다.

수많은 세계 대회에 출전한 문 대표는 이제 어엿한 국제대회 심사위원이 됐다. 국제 대회에서 세계 요리의 트렌드를 살핀 그는 실용성에 엘레강스함을 더한 요리가 대세라고 전했다. 이어 과거에는 잘 쓰지 않던 동양적 재료를 사용하는 등 건강한 재료와 조리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세계대회 이외에도 남도 식재료 공부에도 열심히다. 올해는 광주 김치로 퓨전음식을 만들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많은 요리사들에게는 전공과 관심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남도에 살고 있으니까 남도 식재료를 이용한 김치나 퓨전향토음식와 같은 광주의 대표 음식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2016년부터는 ‘더 문 레스토랑’을 오픈해 코스메뉴 ‘1108’과 ‘430’을 선보이고 있다. 메뉴의 이름은 각 아내의 생일과 결혼기념일로 사랑꾼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레스토랑의 슬로건은 ‘나비는 꽃과 꽃을 연결해주고, 요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로, 이는 문 대표의 꿈과도 연결돼 있다.

그는 “한국의 세계대회 최고 성적이 18위인데, 남과 북이 스포츠처럼 단일팀을 이뤄 성적과 상관없이 대회에 나가보고 싶다”며 “그동안 스포츠가 남과 북을 연결해줬다면 앞으로는 음식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요리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설립해 배움을 전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배워서 남주냐는 말이 있는데, 저는 배워서 남주는게 너무 좋습니다. 제자를 양성한다는 생각으로 단순히 요리를 알려주는게 아닌 내가 가진 요리 문화나 철학까지 알려주는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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