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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도 모르는 광주세계수영대회
2019년 07월 16일(화) 19:22
강성수 국장 겸 정치부장
지난 12일 오후 제18회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세계 각국 선수와 임원, 내·외빈, 시민 등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열고 오는 28일까지 17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해 대회는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를 주제로 194개국 2,538명이 참여했다. 수영대회 사상 최다 참가인원이라는 점에서 사뭇 기대가 크다.

개막식은 ‘빛의 분수’를 주제로 5·18 민주광장 분수대에 세계 각국의 물이 하나가 되는 ‘합수식’ 등이 이원중계됐다. 행사 참석자는 물론 집이나 식당 등에서 TV로 지켜본 시민들도 화려하고 감각적인 연출과 표현력에 호평을 보냈다. 뜨거운 열기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인 대회 개막을 선언하자, 체육관에 운집한 관람객들은 큰 박수갈채와 환호로 자축했다.

이용섭 대회조직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빛의 도시 광주’에 전 세계의 물이 모였다”면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만나 하나가 된 물은 거대한 평화의 빛과 물결이 돼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번 광주대회가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저비용 고효율’의 국제대회로 세계 스포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훌리오 마글리오네 국제수영연맹(FINA) 회장은 대회사에서 “FINA 관계자들은 역동적인 도시 광주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2주를 보낼 준비가 돼있다”며 “선수들은 6개 종목에서 멋진 활약을 펼쳐 전 세계에 기쁨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기가수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져 세계인의 축제답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북한 선수단 ‘불참’ 아쉬워

그러나 대회 흥행을 위한 완벽한 준비가 되어있느냐는 부분에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개막 당일까지 주 경기장 곳곳에서 외관 공사가 진행돼 미숙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이다이빙 경기장의 경우 아직까지도 시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저비용·고효율’ 대회를 지향했다지만 일부 사용 물품에서 영문으로 된 평창동계올림픽 문구를 그대로 사용한 것은 외국 선수들과 관람객들에게 대회의 저급함을 사실상 홍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번 대회 성공의 귀결은 북한 선수단 참가였다. 하지만 북한은 참가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이용섭 조직위원장의 간곡한 참가요청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따른 것으로, 무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의 주제가 세계평화 메시지였다는 점에서 광주시민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개막식장에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의자에 앉아 잠을 자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귀빈석 2열 정당대표석에 착석한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의 개막 선언 무렵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조영택 대회조직위 사무총장이 황 대표의 이런 모습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수영대회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을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 성숙한 시민의식은 ‘희망’

게다가 지난 14일엔 조직위 고위관계자들을 수행하는 차량들이 남부대 주 경기장 장애인주차구역에 버젓이 주차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수백미터를 걸어 입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대회의 취지를 망각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일부 운전자는 차량에서 숙면까지 취했다고 하니 더이상 무슨 해명이 필요하겠는가.

이에 반해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의 노력은 빛이 났다. 사실 이번 대회의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막식장에서의 질서정연한 성숙한 시민의식은 전 세계에 그대로 방영됐고, 혹여 대회 악영향을 우려해 개막식장 주변에 사전신고된 집회 5건 중 4건이 주최 측의 결정으로 철회됐다.

조직위의 홍보 부족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대회 흥행과 성공적 개최를 위해선 국민을 상대로 한 대대적 홍보가 필수적임에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한 지인은 ‘광주 시내에서 택시를 탔는데,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택시기사마저 수영대회 개막 자체를 모르고 있더라’고 전했다. 광주세계수영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지역 내 택시기사도 모르는 수영대회가 과연 성공적 대회로 잘 치러질 수 있겠느냐고.
/강성수 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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