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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아전인수식 '명분 싸움'

정정용 이사 겸 논설주간

2019년 08월 18일(일) 17:34
세상 대부분의 일이나 사람의 행동엔 '명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명분'의 사전적 의미는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군신, 부자, 부부 등의 사이에 서로가 지켜야 할 도덕상의 일'로 규정돼 있다. 즉 '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명분은 사람이 특정한 행동이나 일을 도모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으로, 대부분 이를 따지고 또 갖추려 노력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특정한 이유나 조건도 없이 곧잘 원칙을 깨뜨리거나 명분이 미흡한 '무리수'를 두다 비난을 자초하거나 부메랑을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즈음 뉴스들을 보면 '명분'이라는 단어가 또다시 뉴스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가열되며 명분싸움이 전개되며 뉴스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앞두고 또 '이합집산'



사실 예부터 '명분'이란 용어가 가장 많이 등장·활용된 부문은 정치권이라 할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 '명분'은 생명줄과 같은 것이어서 각 정파끼리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곤 한다. 일반인이 보기엔 하찮고 의미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서 정치권엔 예나 지금이나 그들만의 '명분 쟁투'가 벌어지기 일쑤다.

엊그제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소속돼 있던, 그래서 소위 호남을 텃밭으로 하고 있다는 민주평화당이 분당됐다. 천정배·박지원·유성엽·장병완·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 의원 등 10여명이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것이다. 탈당의 깊은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사실상 당이 와해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탈당의 명분으로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고 내세웠다. 이들은 앞으로 제3지대에서 신당을 추진한다는 목표 하에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 소위 '대안정치'라는 정치 세력을 구축, "기존의 조직과 관성, 정치문화를 모두 바꾸는 파괴적 혁신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대안정치세력을 구축하는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만을 놓고 보면 탈당 명분이 그럴듯하다.

하지만 인터넷 상 댓글이나 여론 등을 집약해 보면 그들의 탈당 행위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많다. 그들은 '대안정치세력을 구축, 변화와 희망이 밀알이 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활동해 왔던 민주평화당 소속 의원으로는 변화나 희망의 밀알이 전혀 되지 못했다는 모순이나 다름 아닌가?

세부적으로도, 그들은 새로운 대안정치세력을 형성, 다당제의 틀을 구상하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다당제가 성공한 사례를 손으로 꼽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대안정치 세력으로서 제3지대 신당을 성공시키려면 인물이나 명분, 어젠다가 분명해야 하나 최소한 현재까지는 이 같은 점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선거를 8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탈당을 통한 또 하나의 정치결사체를 만든다는 것은 선거용이라는 명분 외엔 설득력이 약하다. 탈당 명분이 국민들이나 해당 지역구민들의 의사와 일치하는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한 명분인지 의문



보편적이고 광의적인 '명분'은 소아적이고, 자기중심적 명분을 덮으려는 속성을 지닌다. 이번 민주평화당 분당사태에서 잔류파나 탈당파 모두, 이 같은 분당 사태로 이르기까지 어느 쪽 책임이 더 크냐는 것을 떠나 탈당 자체에 사시적인 시각이 더 부각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어찌 됐건 향후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면 알겠지만 대안정치 세력을 자처한 그들이 차라리 '큰 정치'의 정정당당한 정의를 지향하며 국민들에게 호소할 순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보편타당한 명분이 설득력을 얻고, 또 이 같은 명분을 놓고 정정당당한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나 국가가 바람직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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