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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 근로자 대기소 가보니

"조상님 뵈러도 못 갈것 같네요"
장마·경기 불황 겹쳐…'일감 없어 막막'
명절 앞두고 일용직 근로자 한숨만 가득

2019년 09월 05일(목) 19:22
5일 새벽 광주 북구 한 근로자 대기소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감을 기다리며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온다고 하니 일감이 없어 막막 하기만 합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조상님 뵈러도 가지 못할 것 같네요.”

민족 대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근로자 대기소에서 일감을 얻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의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5일 새벽 5시 광주 북구 운암동 한 근로자 대기소.

장마가 길어지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날씨였지만 근로자 대기소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감을 얻기 위한 일용직 근로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근로자 대기소 안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찾아온 청년부터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감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구인 업체나 공사장 책임자가 언제 도착하나 밖으로 나와 담배를 태우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들 중에는 이번 주 내내 내리는 비로 건설현장 등에 일감이 줄어들면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허다했다.

실제로 일용직 근로자들 일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현장은 장마와 강풍으로 인해 미장·외관 공사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하루 일당으로 빠듯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들에게 장마와 다가올 태풍은 불청객이나 다름 없다.

김 모씨(49)는 “불황에 일감을 얻는 것도 힘든데 비까지 오는 날엔 사실상 일거리가 없어 놀아야 한다”며 “이번주 내내 허탕만 쳤는데 추석에 조상님들을 뵈러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씨(27)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기가 민망해 근로자 대기소를 찾았다”며 “다음 주가 추석이라 부모님께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어 이곳을 찾았지만 아직 아무런 일감을 얻지 못했다”고 허탈해했다.

광주지역 건설 경기 악화로 일감이 급감해 근로자 대기소를 찾은 노동자들이 일감을 구하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기다.

조 모씨(43)는 “오래전 하던 사업을 그만두면서 근로자 대기소를 찾기 시작했다”면서 “지역의 건설 경기가 몇 년 사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일감을 찾는 게 더 힘들어졌다. 경기가 빨리 좋아지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이날 이른 새벽 시간부터 대기소를 찾아온 수많은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감을 얻지 못한 채 오전 7시 30분이 넘어서야 쓸쓸한 발길을 돌렸다.

/김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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