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현장르포) - '태풍' 나주 배 낙과피해 현장 가보니

"추석 코 앞인데…올 농사 망쳤어요"
수확 앞둔 배 절반 이상 '우수수'…농가들 '망연자실'
나무마저 두 동강…인근 사과·감·무화과 등도 큰 피해

2019년 09월 08일(일) 19:16
태풍 ‘링링’이 휩쓸고 간 7일 오후 나주시 금천면 석전리의 한 과수농가에서 농민들이 태풍으로 떨어진 배를 주워 모으고 있다./김태규 기자
“추석을 불과 며칠 앞두고 태풍이 과수원을 덮치면서 절반 이상의 과일이 떨어져 올해는 진짜 다 망했어요.”

가을 태풍 제13호 ‘링링(LINGLING)’이 몰고 온 강풍 때문에 나주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링링’이 휩쓸고 간 8일 오전 나주 평산동 한 배나무 과수원.

어렸을 적부터 이곳에서 나고 자라면서 배농사만 2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염규현씨(66).

그는 지난 주말 태풍으로 수년 전 광주·전남에 큰 피해를 불러온 ‘볼라벤’ 이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염씨가 짓고 있는 1만평 이상의 과수원에서 자라고 있던 배 중 절반 이상이 이번 태풍으로 우수수 떨어져버린 것이다.

염씨는 올해 농사를 위해 지난 1월부터 묘목을 다듬고, 꽃이 피는 3~4월에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자식 키우는 것보다 더 정성을 들여 과수원을 관리해왔다. 그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성을 들였던 배 농사가 한 차례 휩쓸고 간 태풍에 우수수 떨어지니 망연자실했다.

특히 수확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절반 이상이 낙과해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염씨는 울상이다. 사실상 올해 농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염씨는 과수원에서 흘린 땀으로 자식들이 장성할 때까지 뒷바라지했다. 하지만, 올해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로 쪼그라들어 빚만 한 뭉텅이 짊어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염씨는 “배농사를 위해 지난 겨울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묘목정리는 물론 벌레를 쫓고 농약도 뿌려가며 관리했는데, 단 한 번의 태풍으로 올해 농사가 망처버렸다”며 “지난해보다 배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상품성만 좋으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낙과한 배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것들은 즙을 내 팔 수도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배들을 모두 폐기 처리해야 할 것 같다”면서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과수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대 순간 풍속 50m가 넘는 강한 바람에 과수원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나무는 두 동강이 나고, 수확을 코 앞에 뒀던 배들이 땅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배 농가들은 통상 한 해 중 최대 판매철인 추석을 거의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태풍이 며칠만 늦게 왔더라도 이 정도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며 “마을 전체적으로 과일작황이 모두 좋지 않은 편이다”고 말했다.

한편,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전남지역에서의 낙과 피해는 배 1,079㏊, 사과 62㏊, 감 15㏊, 무화과 3㏊, 자두 1㏊ 등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종찬 기자         김종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