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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친화적인 합창단 만들어 갈 것"

음악적 소통 이전 인간적·감성적 소통 중시
음악성·장르·사람 등 유연성 갖춘 단체 목표·
다양한 장르, 전문성 바탕으로 관객과 공유
내년 3월 취임연주 성격 정기연주회 기획

2019년 10월 20일(일) 17:33
■ 김인재 광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 지난 7월 광주시립합창단의 7번째 수장에 김인재 상임지휘자가 위촉됐다. 김 상임지휘자는 그동안 제주, 전주, 수원, 부천 등 전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왔다. 특히, 광주와는 13년 전 객원연주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바 있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의 노련함과 43년의 역사를 지닌 광주시립합창단의 만남은 지역 문화계에서 단연 큰 관심사로 꼽히고 있는 만큼, 그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 및 광주시립합창단의 현재와 미래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광주시립합창단 제7대 상임지휘자 위촉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 광주시립과 같은 뛰어난 전문성으로 준비된 음악단체의 지휘자로 세움을 받은 것이 매우 기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대표적 예향도시들 중 그 역사와 전통이 가장 빼어난 광주에서의 부름을 의미 있고 값지게 여기고 있다.



- 7월 취임 후 3개월간 어떻게 보내셨나.

▲ 보통의 경우에는 지휘자가 취임을 하면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취임 연주라는 타이틀의 첫 연주로 인사를 드리게 된다. 그렇지만 상임지휘자가 연중에 취임하는 경우, 이미 수립되고 진행돼 왔던 기존의 연주공연 계획들이 있기도 해 그 첫 연주가 미뤄지는 경우도 적지는 않다. 특히 광주시립예술단이 현재 큰 의미를 가지고 지향하고 있는 ‘협업’의 틀 안에 계획된 오페라 공연이 지난 9월 말 광주에서 있었고, 10월 중순에 대구에서 올려 지게 돼 있어서 그 준비에 거의 모든 힘을 기울여 왔다. 그 사이 8월 중순엔 광주솔리스트앙상블 정기연주회를 지휘하기도 했다. 합창단이라는 음악단체는 타 단체에 비해 지휘자와 단원들 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음악적 소통 이전에 인간적이고도 감성적인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그 수많은 곡들의 존재가치라고도 할 수 있는 ‘가사’를 다룸에 있어서 가사에 대한 부르는 자의 감정이입은 거의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양한 희노애락의 감정선이 지휘자의 해석과 접근을 따라서 단원들의 소리로 통일되어 통과되려면 그 이전에 지휘자와 단원들 간의 감성적, 인격적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개월의 시간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그 나눔을 해온 귀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이 일은 어떤 일보다 게으르지 않게 다가가야 할 루틴으로 여기고 있다.



- 그간 제주시립합창단, 전주시립합창단, 제주도립서귀포합창단에서 지휘를 맡아오셨다. 그 경험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광주시립합창단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전반적인 운영 계획은.

▲ 합창단이라는 하나의 연주단체는 매우 유기적이면서도 독립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휘자는 한 사람이지만 다수의 단원들과의 인격적, 음악적 소통을 나누는 준비과정을 통해 그 나름의 매우 독특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학업을 막 마친 직후, 전문합창단의 첫 경험이었던 제주시립합창단, 미국생활 10년 동안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을 소개하고 나누려 했던 과정에 음악적 성취와 더불어 찾아온 시행착오들 역시 지금의 나에게는 귀한 자산이 되고 있다. 전주시립, 제주도립 서귀포합창단 시절은 지휘자로서 스스로에게 가장 큰 선물로 남아 있는 기간이다. 레퍼토리를 선정함에 있어서 지휘자에게 자유함을 허락한 단원들의 집중력과 연주력에 마음으로 큰 빚을 진 시기였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광주시립에서 보다 깊이 있고도 객석 친화적인 합창단으로 나아가는데 지휘자의 능력이 단원들의 음악적 에너지와 긍정적 마인드와 융합될 때 나타날 큰 울림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시립 전문연주 단체로서의 광주시립은 객석 친화적 연주단체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음악에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이 따로 없고, 초급음악과 고급 음악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론이 있다. 다만, 좋은 연주와 나쁜 연주, 초급연주와 고급연주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주, 고급연주는 그 장르가 무엇이든 객석을 아우르고 품는 연주가 될 것이다. 전문음악단체로서의 전문성으로 보답을 해 드릴 경우가 있는가 하면, 친근한 소재로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 드리는 위로와 동행의 걸음이 될 때도 있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해 지려면 음악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저를 포함한 일반적인 견해인 것 같다. 평소의 삶과 연습과정에서 단원들과 지휘자가 마치 야구경기에서의 투수와 포수처럼 같은 팀으로서 서로 믿으며 매우 긴밀한 약속과 사인을 공유하여 한 가지 목표를 이루려 나아가는 것을 가능케 하는 ‘One-Team’ 의식을 분명할 때 이 일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 일이 가능하도록 지휘자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열심을 다하려 한다.



- 13년 전 광주시립합창단 객원지휘를 맡았을 때와 상임지휘자가 된 지금, 합창단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궁금하다. 합창단은 13년 전과 지금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나.

▲ 광주시립은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에 객원연주를 했었던 합창단이다. 모든 면에서 여전히 성숙해가야 하는 초년생 지휘자를 따뜻하게 맞아 주고, 음악적으로 큰 교감을 나누었던 단원들이었는데, 13년이 지난 오늘 역시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반가운 모습으로 지휘자를 받아 주는 모습에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을 느꼈다. 들을 때 비로소 객석이 행복해지는 음악 이전에, 연주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주자의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연주자의 행복이 고스란히 무대로, 객석으로 전달된다는 확신을 교감해 나아가게 되기를 소망한다. 광주시립합창단의 장점은 무엇보다 단원들 개개인이 성악적으로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합창단의 역사가 말해주 듯, 긴 세월 많은 지휘자들과 함께 쌓아왔던 다양한 경험들이 김인재라는 또 한 사람의 음악적, 인간적 내면의 잠재력과 융합돼 어떤 종류의 음악도 가능하리라는 아주 강한 긍정적 기대감이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 성악과 작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광주시립합창단의 실력은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 이런 공공의 지면에 제게 맡겨진 단체를 다른 팀들과 수직적인 관점에서 상대 평가를 하는 일이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1976년 창단 이래로 해 온 연주력을 보나 지역사회에서의 인지도로 보나 광주에서든 전국적으로든 최정상의 기량을 갖춘 합창단이라는 사실엔 다른 견해가 없을 듯 하다. 워낙 음악이라는 작업이 음악 자체와의 고유한 싸움을 지향하지 않고, 타 단체와의 비교 우위를 꾀하려 할 때, 그 음악이나 음악단체 모두가 본질이 아닌 문제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광주시립합창단이 어떤 단체가 돼야 할지의 목표로 바꾸어 생각해 본다면, 가장 큰 목표는 ‘유연성’이다. 첫 번째 유연성은 각 시대, 각 장르의 고유한 음악성에 대한 적응력이다. 물론 이것은 단지 클래식음악 뿐 아니라, 뮤지컬이나 재즈, 제3세계 민속음악, 그리고 심지어는 시민들의 삶의 희노애락을 대변해 주는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한 다양한 음악들이 그 고유한 색깔을 내도록 연주하는 유연성이다. 두 번째 유연성은 사람에 대한 유연성이다. 지난 세월 함께 했던 여러 상임지휘자들과 객원지휘자들과의 경험이, 그리고 현 상임지휘자와의 음악작업들이 어떤 패턴이 고착화되는 과정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객원지휘자나 상임지휘자와의 음악작업을 하더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유연성은 장르에 대한 유연성이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회자된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그것은 ‘융합’ 이라는 단어다. 문화예술계에도 예외는 아니다. 장르와 장르가 섞이고,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클래식과 민속음악이 혼합돼 만들어 내는 그 다양한 빛깔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객석의 욕구에 민감한 유연성이다. 이러한 유연성이 최고로 빛나는 광주시립합창단의 모습이 목표이며, 그렇게 될 것을 기대함으로 바라봐 주시기 부탁드린다.



- 타 지역에서 광주시립합창단의 평가는 어떠한가.

▲ 최근 들어서 협업의 가치를 높이기 시작한 이래로 광주시립예술단 8개 단체의 협업 연주로도 의미 있는 공연들에 대한 평가가 좋았지만, 타 단체와의 협연과 타 지역에서의 협연의 기회 때마다 광주시립합창단의 설득력 있는 음악 연주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은 많은 청중들이 있었음을 본다. 특히 그동안 객원지휘자로 광주광역시립합창단을 경험했던 국내의 많은 지휘자들 역시 좋은 음악적 교감을 나눈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5개의 광역시가 있고, 그 속에 광역시립합창단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개개인의 성악적 역량과 음악에의 집중도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전문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 광주시립합창단만의 장점과 앞으로 개선해야할 점이 있다면.

▲ 사람의 목소리로 음악을 연주하는 합창단에게 성악적인 가창력과 전달력은 생명과도 같은 요건이다. 음성이 무조건 클수록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탄력성과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가용한 소리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한 면에서 광주시립합창단은 잠재력이 매우 큰 단체임엔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흔히, 세상에 나쁜 합창단은 없고, 나쁜 지휘자는 존재한다는 말처럼 합창단의 음악적 최대치는 지휘자인 제 자신이 단원들로 하여금 그 큰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그러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개선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 광주시립합창단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 전문음악인들로 구성된 광주시립합창단은 무엇보다 그 전문성이 유지 발전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유가 전문적인 음악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떤 연주이든 전문적인 수준까지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단체라는 것이 장르에 대한 차별성을 의미할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일부 소수의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의 점유물에서 벗어나 절대 다수의 시민들 친화적, 객석 친화적 연주를 지향하되, 다양한 문화권에서 태동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전문성의 바탕 위에 객석을 설득하고, 공유하는 능력을 키우는 합창단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 합창단을 이끌어가는 지휘자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 이전 시대에는 지휘자라는 위치가 권위의 상징처럼 돼 그 권위의 바탕위에 음악이 진행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휘자라는 자리에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위가 아니라 책임이 크다는 공감대가 지휘자와 단원 사이에 꼭 필요한 것 같다. 지휘자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연주가 능하지 않다면 함께 연주를 이루어 나아가야 하는 두 입장이 인격적으로, 감성적으로 먼저 소통하지 않으면 음악의 울림이 아닌 소리의 나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원들과 함께 이루어 내는 울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 무대에서 합창이 선사하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합창음악 공연을 찾는 시민들의 마음의 동기는 매우 다양하리라 생각한다. 그 다양함에 흡족한 결과를 드릴 수 있는 피할 수 없는 조건은 완성도 높은 연주다. 거기에 장르의 다양성, 시대적 기쁨, 또는 아픔의 공감능력, 삶의 애환을 만져줄 수 있는 치유의 메시지 등이 짙은 공감대를 형성해주며 전달될 때 객석의 마음은 움직이게 된다고 믿는다.



- 올해 진행될 공연과 내년 정기연주회에 대한 구상은.

▲ 올해는 이미 9월 하순에 광주시립오페라단과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을 연주했고, 10월 중순에 같은 작품을 가지고 대구 오페라페스티벌에 폐막공연을 하게 된다. 11월 초에는 단원들이 주축이 된 가을음악회 ‘이 가을, 나의 삶을 노래하다’ 를 기획하고 있으며, 12월 초에는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음악회를 계획하고 있다. 연말에는 부산시립예술단의 송년음악회, 그리고 대구시립합창단의 송년음악회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협연한다.

2020년에는 3월에 의미상 취임연주 성격의 정기연주회를 기획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영국 작곡가 칼 젠킨스(Karl Jenkins)의 평화를 위한 미사를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타 시립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올린다. 5월에도 역시 5·18 4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국악창작칸타타를 여러 예술단 단체들과 협업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언급한 공연 이외에도 많은 연주 활동이 기대되고 있는 2020년이 될 것이다.



- 끝으로 광주시민들에게 한 말씀.

▲ 많은 광주시민들께서 보내 주셨던 사랑과 감동의 격려들을 잊지 않고, 좋은 연주로 늘 그 보답을 드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광주광역시립합창단이 되도록 노력하는 저희를 따스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



<약력>

단국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미국 웨스트민스터 콰이어 칼리지 합창지휘 전공 석사학위 취득,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 음악대학원 합창지휘 및 고급합창문헌 박사 과정, 수원시립합창단·광주시립합창단·부천시립합창단·순천시립합창단·고양시립합창단 등 전문합창단 객원지휘자 역임, 제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전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제주도립 서귀포합창단 상임지휘자 역임.
/이보람 기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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