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영 작 ‘이방인’

[ 전남매일=광주 ] 이보람 기자 =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우울한 자화상을 그린 최미영 작가 초대전 ‘멜랑콜리아’가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광주과학기술원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물질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감각주의로의 퇴행이 인간성의 상실을 재촉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내면적으로 고독, 슬픔, 불안한 고통, 심리적 상처, 그리고 부족한 사랑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내면의 아픔이나 상처 따위는 전혀 나타내지 않을 것 같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타인의 고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세상에 인간은 점점 고독해지고 있는 것. 최 작가는 타인 및 세상과의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에 삶을 바라보는 깊이가 필요한 작업을 선보이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멜랑콜리’는 사랑과 죽음(이별)을 겪은 사람이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회의로부터 비롯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예술 분야에서는 인간의 감정과 연결되며 ‘자기도취적인 어둡고 슬픈 기분’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최 작가는 상실에서 비롯된 감정을 가질 수 없는 대상, 새로운 인간관계, 복잡한 심리 변화, 그리고 자신의 창작 행위에 깊게 관여시켜 예술로 승화한다. 그가 잃어버렸던 것과 움켜쥔 것, 그리고 그토록 집요하게 얽매였던 것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촉하기 위한 그의 감정이 26점의 화폭에 펼쳐진다.

풍경 그 자체가 주제가 됐던 과거의 작품들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한 여인이 두드러진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여인들의 나르시시즘적 경향은 이별의 상황에서 대상을 사랑할 수 없게 되자 자기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그림 속 여인은 작가가 스스로 설정한 가상의 여인이자 자신의 상황이다.

작가는 스스로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과정처럼 물방울, 빛, 별, 겨울에만 피는 꽃 등을 묘사해 영원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우울한 나르시시즘으로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하면서 치유의 과정을 겪는다.

화폭 속에서 보이는 색채의 중첩과 붓질의 결은 한층 더 가벼워졌다. 그림은 자신 안에 감춰진 이별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을 통해 타인을 받아들이는 사랑의 고통을 이해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부재를 극한까지 밀어 올린 그의 붓 터치에 묻은 안타까움이 화폭에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