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유치원 '처음학교' 추첨대란 반복되나

원장들 "서열화 조장·자율성 훼손" 반발
학부모 "지역 현실 맞게 조례 수정해야"

2019년 11월 07일(목) 18:45
# 직장맘 이모씨는 지난해 이맘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째 딸의 유치원 입학을 위해 부부가 회사에 휴가를 내는 것은 물론 온 가족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내려던 사립유치원 3~4곳에서 신입생을 공개추첨 형식으로 선발해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씨가 지원한 유치원은 원아를 20~30명씩 뽑는데 100명 이상씩 몰려 경쟁률이 5대 1이 넘었다.

이씨는 “자식이 처음 유치원에 입학하는데 유치원의 교육환경과 원장의 교육관을 통해 유치원을 선택해야 한다”며 “입학관리시스템‘처음학교’조례를 지역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지역 공·사립유치원이 2020학년도 유치원 유아모집을 위해 입학관리시스템‘처음학교로’에 참여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픈한 ‘처음학교로’에 관내 모든 공·사립유치원이 참여했다. 공립 133개원, 사립 155개원 총 288개이다.

전국적으로 시행된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는 온라인으로 원서접수, 추첨, 선발, 등록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학부모와 유아에게 공정하고 편리한 유치원 입학 기회를 제공하고 교원 업무 경감을 지원하고자 2017년부터 시행 중이다.

문제는 학부모의 선택이 아닌 추첨 등 통해 희망하지 않는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처음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한 학부모는 “유치원이 의무교육도 아니고 학부모가 선호하는 유치원을 보낼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시설도 열악하고 투자도 하지 않는 유치원에 자식을 보내고 싶은 학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언제까지 이런 불안한 상태로 아이를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 반발도 적지 않다. 흐름을 따르긴 해도 입학시스템 체계가 사립유치원에 매우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사립유치원이 국공립보다 적은 지원을 받는 가운데 입학에서부터 교육비가 저렴한 국공립유치원과 경쟁할 경우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경쟁률 노출로 인해 ‘유치원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일률적인 모집·선발 시기와 절차·방법은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시교육청의 경우 참여를 강제하지 않으면서 계속 설득하고, 원장들도 어차피 교육청과 같이 가야 한단 걸 알아서 저번보다 많이 등록한 걸로 안다”면서도 “처음학교 시스템이 만족스럽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유치원 원장은 “최근 들어 원아 수가 급격히 줄면서 유치원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며 “정부 지원까지 끊기면 안 된다고 판단해 처음학교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소연했다.



/조기철 기자
 /조기철 기자          조기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