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은 승리를 안겨주지만, 수비는 우승을 가져온다’는 말이 있다. 공격 못지않게 중요한,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명언이다. 하나원큐 K리그2 2019 챔피언 광주FC도 마찬가지다. K리그2 10개 팀 가운데 최소 실점(31점) 1위라는 짠물 수비를 앞세워 우승을 일궈냈다. 그리고 짠물 수비 뒤에는 최후방 골문을 지킨 골키퍼 윤평국(27)이 있었다.

윤평국은 13경기 무실점을 하며 이 부문 1위를 했고, 10경기 이상 경기에 나선 골키퍼 가운데 경기당 최소실점에서 가장 앞섰다. 윤평국은 26경기 24실점으로 0점대 실점률(0.92)을 기록했다.

윤평국은 자신의 기록에 대해 수비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팀의 모든 선수가 잘 한 것”이라며 “펠리페부터 시작해서 이한도, 이으뜸 등 수비수들의 역할이 컸다. 골키퍼가 최후 방어선이지만 앞에서 잘 막아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 윤평국의 올 시즌 출발은 주전이 아니었다. 지난해 24경기(26실점)를 뛴 그는 베테랑 골키퍼 이진형(31)이 영입되면서 경쟁 체제로 시즌을 맞았다. 경기에 나선 것은 5라운드부터다. 4월7일 FC안양전에서 이진형이 광대뼈 골절상을 입자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고, 이후 줄곧 광주의 골문을 지켰다.

윤평국은 “(이)진형이형은 베테랑이다. 오히려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것이 자극이 됐고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 선의의 경쟁을 선택하셨는데 좋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불평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들어갔다면’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준비했다는 윤평국은 “그렇게 하다 보니 6연승도 하고, 19경기 무패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운도 따라줬다”고 돌아봤다.

윤평국은 목표했던 1부리그 승격을 이뤄 보람있었다면서도 홈경기 무패를 이루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작년 승강 준플레이오프에서 대전에 0-1로 패한 뒤 승격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해졌다”면서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광주 선수들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승격이 목표였고 목표를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가 19경기 무패, 최다승, 최다승점 등 기록을 많이 세웠는데 이런 기록들을 같이 이룬 선수로서 보람이 크다. 단장님, 감독님, 코치님, 스태프, 선수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시즌을 치렀고 모든 게 맞아떨어져 뿌듯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홈 폐막전은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 홈경기 무패를 꼭 이루고 싶었고, 0점대 실점률도 지키고 싶었다”면서 “0점대 기록은 남았지만 져서 아쉽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지난 7월 1-7로 대패한 안양전이다. 광주는 이날 19경기 무패행진을 마감했다.

윤평국은 “그때는 정말 뭐에 홀린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그날 패배가 제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선수단 전체에게도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상상하기 힘든 잇단 실점에 당시 선수단은 빨리 경기가 끝나기만을 바랬다고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불호령도 각오했다. 하지만 박진섭 감독은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선수단을 격려했다고 한다. 윤평국은 선수들이 안양전 이후 더 끈끈하게 뭉치면서 승격의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윤평국은 무실점 1위와 0점대 실점률을 세워 내달 2일 열리는 K리그2 연말 시상식 베스트11 골키퍼 부문 유력 후보다. 그는 “상이 욕심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내년 K리그1 그라운드를 더 고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부리그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2부보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있으니 대비도 해야 한다. 하지만 2부에서 우승해 올라간 팀으로서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상위스플릿이 목표다. 휴가가 길게 느껴진다. 빨리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시즌이 끝난 뒤 일주일의 휴가를 받은 윤평국은 오는 18일 팀에 합류해 마무리훈련을 할 예정이다./최진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