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동부권 최대 승부처인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가 격량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획정과 후보확정 과정에서 순천시민들은 세 차례의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먼저 순천시는 2월 기준 인구가 28만1,347명으로 선거구 상한선인 27만명을 넘겨 2개로 분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선거구획정안 재의를 요구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좌절감을 느꼈다.

또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인구 5만5,000명의 해룡면이 광양으로 통합됐다. 해룡면 유권자들은 순천이 아닌 광양·곡성·구례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는 초유의 기형적 선거구가 탄생했다.

설상가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후보들간 경선을 배제하고 전략공천을 함으로써 지역민들의 배신감과 허탈감은 극에 달했다.

민주당이 당리당략에 치중해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였다는 점에서 표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이곳에서는 민주당 소병철 후보와 무소속 노관규 후보, 민중당 김선동 후보가 3각축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에서 가장 많은 8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순천은 2011년 4월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후 10년간 민주당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곳이다.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는 소병철 후보가 분구 무산 책임론과 전략공천 후폭풍을 딛고 입성에 성공하느냐, 아니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반민주당 정서가 노관규 후보에게 쏠릴 것인지, 김선동 후보가 여권표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를 얻을 것인지 여부가 될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은 소병철 후보는 지역구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후유증을 잠재우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소 후보는 성동초·순천중·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후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대구고검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전남 미래전략 자문기구인 신성장추진위원 등을 지냈다. 검찰 퇴직 후 순천대와 농협대에서 후진양성에 힘써 왔다.

정치권에 첫 발은 디딘 소 후보로서는 현재의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데 동의한다. 광주·전남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상황이지만, 유독 이곳에서는 반민주당 정서와 맞서야 하는 이례적 현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 후보는 현재 판세에 대해 “접전이 벌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순천 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해룡면 선거구 분할은 사망선거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21대 국회에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선거구를 반드시 복원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소 후보는 ▲공직선거법 제정 ▲동부권 의과대학 설립 및 권역응급의료센터 기능 보강·확대 ▲순천만 정원박람회 지원특별법 제정 ▲여순 10·19 사건특별법 제정 ▲전라선 고속화 및 수도권 2시간 생활권 구축 등을 공약했다.

노관규 무소속 후보는 19대와 20대 총선에도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는 절치부심 경선을 준비했으나 뜻밖의 전략공천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자 고심 끝에 탈당 후 출마를 결심했다. 순천시민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일념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면서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시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노 후보는 매산고를 졸업한 뒤 구로공단에서 노동일을 하다가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사법시험에 도전해 이뤄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계기로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국회 입성 꿈을 꿨으나 16대와 17대 연이어 낙선하고 민선 4기와 5기 순천시장으로 일했다.

노 후보는 “이번 선거는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권리를 빼앗기고 자존심을 짓밟힌 순천시민과 오만하고 일방적 정치폭력을 행사한 거대 기득권 세력 민주당 이해찬 무리와의 싸움”이라며 “기꺼이 시민들과 함께 나서 싸워 반드시 승리 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서울-순천 KTX 1시간 30분으로 단축 ▲순천의대 유치 등 보건의료 강화 ▲순천에 맞는 순천형 일자리 창출 ▲2013순천 국제정원박람회 성공지원 및 도시계량 활성화 ▲도심공동화 건물 활성화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 했다.

3선에 도전하는 김선동 민중당 후보는 민주당 분열과 반민주 정서에 편승해 내심 어부지리를 기대하고 있다. 김 후보는 2011년 4·27 재보궐선거 에서 야권연대 후보로 순천에 출마해 호남 최초 진보정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어 19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지만, ‘국회 최루탄 투척’으로 인해 2014년 6월 12일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는 순천시민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 하고 민주당을 심판해야 하는데 김선동이 적임자다”며 “촛불혁명 가치를 구현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사회약자 대변을 위해 국회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국민기초식량보장법 제정 ▲전태일법 추진 ▲순천시 국회의원 선거구 분구 추진 등을 약속했다.

이밖에 미통합당은 대구 출신이면서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였던 30대 천하람 변호사를 전략공천 했다. 민생당은 농업회사법인 기도서주식회사 대표이사인 기도서 후보를, 정의당은 우리밀이야기 대표 강병택 후보를, 국가혁명배당금당은 가람건축 이사인 정동호 후보를, 기독자유통일당은 순천 새벽교회 목사인 이정봉 후보를 각각 공천했다./강병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