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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염원 방사광가속기, 나주에 추가 구축해야"

이민준 전남도의회 부의장

2020년 05월 14일(목) 18:31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발생하는 X선을 이용해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질을 분석하고 관찰하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3세대(태양의 1억배 밝기의 광원) 보다 광원이 100억배 밝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는 지역은 약 9조원의 생산·부가가치 유발효과와 13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엄청난 경제적 유발효과를 내는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전남(나주), 충북(청주), 경북(포항), 강원(춘천)이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다. 전남은 광주·전북과 공동으로 호남권이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산업자원의 기술 고도화, 한전공대와 연계한 세계적 에너지 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나주 유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주는 넓은 평지로 방사광가속기 후보지 중 최고의 확장성과 개발 용이성, 단단한 화강암으로 인한 안전성,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편의성 등을 갖춘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였다. 대규모 국가 재난에 대비한 위험 분산과 국가균형발전에도 부합했다.

나주 유치를 위해 전남·광주·전북 시도지사, 시도의회의장, 시민단체, 학계, 재계, 산업계 등도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았다. 또 250여만명이 넘는 범도민 서명운동을 펼쳤고, 청와대 국민청원엔 9만여명이 동의했다. 나주 과학고 재학생 100여명은 유치 호소 손 편지를 대통령께 전달하는 등 520만 호남인들의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에 대한 염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충북 청주를 방사광가속기 사업지로 최종 선정했고, 전남은 유치에 실패했다.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낙후된 지역발전을 간절히 염원했던 나주시민, 전남도민, 호남 지역민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평가결과는 지난해 7월 방사광가속기를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에 포함, 나주에 설치하기로 의결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뒤집는 것이어서 지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와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호남에 대한 홀대와 호남 소외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호남은 수도권 및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됐고, 도로·항만·철도 등 산업기반 인프라 확충에도 타 지역에 비해 항상 뒷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호남은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좋지 않다거나 기반시설이 부족해 방사광가속기와 같은 대규모 연구시설 설치에 부적합하다고 말한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발전 기회가 부족했던 호남은 이번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고 한전공대와 연계해 에너지 신산업을 미래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 방사광가속기 후보지 선정 평가처럼 수도권 접근성과 현 자원의 활용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면 호남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호남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계속 떠날 것이고, 젊은이들이 떠난 호남은 인구가 줄어들어 경제성을 이유로 산업기반 인프라 확충에서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호남은 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흔히들 국가발전에서 소외된 호남을 '아껴둔 땅'이라 말한다. 하지만 더 이상 호남은 '아껴둔 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호남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잘 써야 할 땅'이 되어야 한다. 전남과 광주, 전북은 방사광가속기를 한전공대와 연계해 에너지 신산업을 미래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나주는 여전히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이다. 정부는 호남의 미래성장을 견인할 방사광가속기를 한전공대와 연계해 추가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번에 표출된 호남 발전의 간절한 열망을, 520만 호남인의 눈물을 정부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란 말이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관계 공무원들과 함께 뜻을 모아준 전남·광주·전북 시도민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비록 우리는 이번 방사광가속기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좌절하거나 제자리에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을 지금 당장 바꿀 수는 없더라도 우리 후손들의 삶을 바꿔 행복한 전남을 만들기 위해 방사광가속기 나주 추가 구축을 향해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뛰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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