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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살고 싶다 ‘보성’

인적·물적 자원 지닌 보배로운 고장
보성 출신 인물들 한국 경향 각지에서 명성
정의감·예술적 기질 풍부…순박하고 정 많아
다양한 전통문화와 역사 스토리 탄생시킨 곳
애절한 곡조 ‘부용산’ 모르면 벌교 알지 못해

2020년 05월 21일(목) 10:55
조상열
‘부용산’ 가사
김상열 호반건설회장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내 고향이 보성인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태어난 곳은 나주지만 주변 지인들 중 유난히 보성 출신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보성군 홍보대사로 위촉된 지 어언 스무 해. 나고 자란 고향도 아닌데 이토록 보성을 좋아하게 된 연유가 뭘까? 문화탐방과 취재, 강의를 위해 보성을 자주 찾다보니, 자연스레 그곳의 숨은 매력에 홀딱 빠져버린 모양이다.



◇삼경(三景)·삼보(三寶)의 고장

대동문화재단은 2001년도부터 ‘대동문화’ 보성편, ‘율어면지’, ‘보성의 설화’, ‘보성 즐겨찾기’ 등 몇 권의 책을 잇따라 발간해왔다. 이때 보성의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름다운 지리적 환경을 바탕으로 순박하고 정이 많으며,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의감, 혼(魂)이 담겨있는 예술적인 기질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통문화와 역사 스토리를 탄생시킨 곳이 보성임을 알게 되었다.

삼경(三景), 삼보(三寶)의 고장 보성.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은 삼경이요, 예(藝), 의(義), 다(茶), 이 세 가지 보배를 삼보라 하여 보성을 예향, 의향, 다향이라 칭한다. 제암산과 존제산, 제석산을 비롯해 보성강, 주암호, 율포 해변과 득량만, 그리고 벌교와 순천만을 잇는 여자만의 갯벌 등 천혜의 자연자원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필자는 2002년부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굴지의 대기업체 임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남도답사프로그램을 위탁받아 15년여 동안 총괄 진행한 바 있다. 이때 먹고 자는 숙박지는 반드시 보성이었는데 즐기고, 먹고, 편안한 쉼까지 보성이 주는 만족도는 단연 최고였다.

남도 땅을 답사하던 여행객들은 율포 해변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구성진 보성소리에 착착 감기는 녹돈 삼겹과 오가는 수작(酬酌)으로 깊어가는 보성의 밤을 느꼈다. 다음날 늘씬한 삼나무 길과 초록빛 다랑이 차밭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는 여행객들은 즉석 소리 한마당으로 신명이 난다.

“우리 처음 만난 곳도 녹차 밭이라네. 녹차 밭~~ 녹차 밭~~”,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 구수한 남도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예향 보성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태백산맥 문학관, 벌교 홍교, 보성여관 등을 답사하다 보면 어느새 시장기에 눈길은 식당을 기웃거린다. 벌교의 대표 요리인 쫄깃한 꼬막정식 한상, 군침을 삼켜가며 꼬막 전문요리 식당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벌교를 모르면 보성을, 나아가 한국을 모른다

이병훈 국회의원
◇전통문화의 산실 벌교

“부용산 오리길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타고 /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 부용산 봉우리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가곡 ‘부용산’이다.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벌교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노래는 박기동 선생이 1947년, 24살 꽃다운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한 누이의 주검을 묻고 돌아와 쓴 시에, 1948년, 목포 항도여중에서 함께 재직하던 안성현 선생이 곡을 붙인 것이다. 해방과 전쟁 뒤의 폐허라는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져 당대의 최대 히트곡이 됐지만, 안성현이 무용가 최승희와 함께 월북을 하자, 이 곡은 지하에 묻히고 말았다. 게다가 이 노래는 빨치산이 즐겨 불렀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고, 박기동은 70년 이후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자, 호주로 이민을 떠나버렸다. 가슴과 가슴 속에서만 불려오던 애절한 곡조의 부용산은 1997년 가수 이동원과 안치환이 다시 부르면서 시대의 애상을 소환하기도 했다.

보성군 벌교읍이지만, 벌교는 독특한 면에서 보성과는 결이 다르다. 조정래 작가는 벌교를 “갯내음과 땅내음이 어우러진 곳”이라고 했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벌교는 일제강점기, 해방과 여순항쟁, 빨치산 토벌,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격동기를 살아온 민중들의 삶이 응집되어 ‘벌교문화’가 매김자리 했다.

민족음악의 선구자 채동선과 출판인 한창기 선생은 벌교 출신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외에도 유기장 한상춘, 쪽물장 한광석, 징광옹기 차정금, 한무논 등을 보면 전통문화가 잉태 발아한 산실(産室) 또한 단연 벌교다.

특히 1976년 ‘뿌리 깊은 나무’ 잡지를 창간해 한국인의 토박이 삶을 담아낸 한창기 선생은 필자의 정신적 멘토로, 1995년부터 25년째 전통문화잡지 ‘대동문화’를 발간하면서 선생의 정신을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
박철홍 골드클래스 회장
◇한국을 대표하는 보성의 인물들

의향 보성의 배경은 무엇일까. 임란때 의병을 창의한 대학자 박광전, 장군 선거이, 전라좌의병장 임계영, 모의장군 최대성, 유학자 안방준이 있고, 항일운동가로 보성향교제주(祭酒) 사건의 주역 박남현을 비롯 박문용, 이병찬, 손용석, 안규홍, 민족대종교의 나철, 독립운동가 서재필 등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구국활동은 보성이 한국 의병의 중심지임을 말해준다.

예향 보성은 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예술의 근간이자 그 맥을 잇는 곳이다.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 보성소리 창시자 정응민과 정권진, 국창 조상현, 보성소리마당 이사장 한정하등 소리꾼들이 있다. 문인화가 옥전 임양제, 구당 이범재, 석전 이희순, 서예가 소파 송명회, 설주 송운회, 효봉 허소, 송곡 안규동, 서양화가 양수아 둥 보성 8인의 예술인을 필두로 회화작가 조규일, 양계남, 유학자 안규용, 이백순, 손평기, 시인 손광은, 문정희, 소설가 정찬주, 옹기장 이옥동, 이학수, 삼베명인 이찬식, 배우 이재은 등 예인들이 무수하다.

오늘날 한국 경향각지에서 명성을 떨치는 보성출신 인물이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앞서 언급한 ‘삼경 삼보’의 자연지리를 토대로 오랜 역사와 전통 문화적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보성출신의 정·관계 인물로는 제헌국회의원 이정래를 필두로 이중재, 유준상, 염동연, 이경재, 황성수, 박주선, 이종구, 이병훈 국회의원 등을 꼽는다. 특히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광주 동남을 지역구에 출마해 도전 3수만에 금배지를 단 이병훈 의원은 보성출신으로는 현재 가장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정계인물이다.

또 전 대법원장 이용훈, 전 광주고검 차장 임양운, 전 광주지검 검사장 이용식, 하승완 변호사, 전 국세청장 손영래, 전 한국도로공사사장 손학래, 전 농어촌공사사장 박재순, 전 산업통산자원부 차관 한진현, 문재도,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장을 비롯 전 남구청장 최영호, 황일봉, 전 동구청장 김성환, 전 목포시장 정종득 등이 보성 출신이다.

언론과 교육계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전 광주시교육감 안준, 안순일, 전 호남대학교 이사장 이화성, 전 광주교육대총장 임현모, 문승일 서울공대교수, 전 금호문화재단부이사장 이강재, 전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박화강, 광주향교전교 김중채, 전 호남매일사장 구양술, 전남매일사장 김선남 등이 있다.

기업인으로는 세방그룹회장 이의순, 모아건설회장 박치영, 새천년종합건설회장 정인채, 보성그룹회장 이기승, 골드클래스회장 박철홍, 호반건설회장 김상열 등이 있다. 그린이엔에스 이숙희 대표는 여성CEO로, 디에스팩 김선광 대표는 유망 중소기업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율어면 출신 김상열 회장은 1989년 20대 나이에 자본금 1억, 직원 5명으로 창업해 30년 만에 호반그룹을 국내 굴지의 최고기업으로 급성장시킨 자수성가형 오너다. 호반그룹을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김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KBC광주방송 회장,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창기 선생
◇보성의 홍보대사들

필자는 ‘보성문화관광해설사’ 강의를 수차례 한 적이 있는데, 보성의 해설사들은 여느 곳 보다 열정이 대단했다. 그 중 임삼순, 김성춘 등은 소리와 구수한 입담을 섞어가며 맛깔난 해설로 정평이 나있는 만큼 듣다보면 보성의 매력에 쏙 빠져들고 만다.

특히 태백산맥의 배경인 보성여관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성춘은 가곡 ‘부용산’, ‘고향’ 등 애달픈 사연과 함께 심금을 울리는 애창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외에도 걸어 다니는 ‘보성박물관’이라 할 만큼 보성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송봉석 전 복내면장과 위승환 태백산맥 전문가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모두는 진정한 전라도의 보물이자 홍보대사인 셈이다.

보배로운 고장 보성(寶城)이란 이름처럼 헤아릴 수 없는 인적, 물적 자원을 지닌 보성을 필설로 다 표현할 수는 없다. 오늘날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보성 땅을 만들어가는 그 중심에는 보성군민과 보성군수 김철우가 있다. 김 군수는 한국 속에 보성을 우뚝 세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보성을 이끌어가는 한국의 대표적 인물이다. 끝없이 빛나는 보성, 그곳에 살고 싶다.

/조상열(문화사학자)

대동문화재단 대표. 문학박사. 전통문화잡지 ‘대동문화’ 발행인. 역사인문학 강사로 1,200여회 특강을 했고, ‘남도의 숨결 따라’, ‘문화유산 바로 보기’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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