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에서 전국 최초 공모로 선발한 개방형 직위 면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성과를 거뒀기에 지역주민들이 많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26일 순천시 낙안면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낙안면생활문화센터' 부지 선정과정에서 발생한 주민과의 갈등이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주변 사람들은 보고 있다.

지난 4월 순천시의회 제240회 임시회에서 행정자치위원회는 순천시가 제출한 '낙안면 생활문화센터 조성을 위한 공유재산 취득 계획안'을 보류시켰다. 장소를 둘러싼 지역민의 갈등으로 장소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생활문화센터는 복지관이나 체육시설이 없는 낙안면민들에게 숙원사업이었다. 신길호 면장이 취임 후 35개 마을을 순회하며 가진 면담에서 모든 마을에서 건의할 정도로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낙안면은 생활문화센터 건립을 최대 현안사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건축 부지 확보에 나섰다. 건축 부지를 낙안면이 제공해야 국비나 시비의 지원을 받아 센터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에 걸쳐 8곳의 후보지를 놓고 협의한 끝에 낙안면 동내리 219-1번지 일대를 선정하고 낙안면민행사추진위원회와 상의해 추진위원회의 적립금으로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주민들이 선정된 장소가 저수지 아래라는 이유로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갈등이 심화되자 최종 후보지 두 곳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애초 면에서 추진한 장소인 동내리가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 섰던 사람들은 주민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순천시 조례에서 규정한 주민투표 절차에 어긋난다며 무효를 주장했다. 계속되는 갈등에 순천시의회도 공유재산 취득 계획안을 보류시켰다.

신길호 면장은 전국 최초 개방형 민간인 면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해군 소령으로 예편, 귀농해서 성공적인 마을기업을 일군 이력도 눈길을 끌었지만, 면장 취임 이후 보여 준 행보와 실적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 면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년여 동안 10개의 마을기업을 육성했다. 일과가 끝난 뒤에 자신이 직접 주민들에게 창업교육을 한 결과였다. 칡넝쿨로 덮여있던 다랑논을 찾아 꽃밭을 조성하고 양봉과 연관시킨 소득창출 사업도 시작했다. 공동축산 ICT스마트팜 단지도 구축했다.

특히 다문화가정과 아이들의 교육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낙안면의 한 주민은 "임명직 면장이었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왔다. 연고도 없는 개방형 면장이 많은 일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목소리 큰 몇 사람 때문에 이 지경이 돼서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순천시는 사표수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며 연가가 끝나고 5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취재본부=권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