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보다 일자리 없는 막연함이 더 무섭습니다.”

13일 오전 5시 30분께 광주 남구 백운동 제일 직업안내소.

인부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차야 할 사무소는 텅 비었고, 이광수씨(65)만 담배를 피우고 있다.

9년째 매일 새벽 출근 중인 이씨는 오늘도 허탕만 쳤다. 지난 11일부터 쏟아진 비에 이어 호우주의보까지 발령돼 현장 일이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비가 오더라도 내부 주택 청소를 하거나 비계 설치에 필요한 철근을 옮기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서도 “오늘처럼 장대비가 내리면 몸을 놀리지 못하니 돈을 한 푼도 벌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함께 출근한 이씨 동료 A씨(65)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2차 유행까지 겹쳐 “일감이 급감 중”이라고 말을 거들었다.

경력 13년 차인 A씨는 “평소에도 일감이 적어 경기도 평택 등 타지로 원정 작업을 할 때가 많다”며 “동료들은 코로나 감염 걱정보다는 돈이 필요한 상황인데, 막상 새벽에 와도 허탕치기가 일쑤”라고 하소연 했다.

무엇보다 이씨 등은 광주시에서 지급받은 ‘가계 긴급생계비’등을 소진해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지역 내 지급된 가계 긴급생계비는 총 1,002억5,500만원으로, 이중 933억원이 이미 소진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득이 일정치 않은 일용직들은 생계 벌이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기존의 일감조차 얻지 못할까 봐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근심 가득한 A씨는 “긴급생계비는 계란 등 기본적인 생필품을 사느라 다 써버렸다”며 “다시 생계를 위해 보름 넘게 꾸준히 새벽에 출근하지만 언제 일이 끊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이들을 고용하는 영세 인력업체들도 생계가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10년 넘게 영세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인 이병화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부족치 않은 일벌이를 수주했다.

인부가 스무 명씩 올 경우 1인당 지급할 법정수당인 13만원 중 수수료 10%를 받으면 하루 20만원은 족히 벌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대형 인력업체’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가 심해져, 인부 고용에 애를 먹고 있다고 이 대표는 토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대단위 단지 현장 인부 고용은 대형 인력업체가 시공사와 독식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외국인들을 불법적으로 다수 고용하고 있어 영세 업체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남구 소재 등록된 영세 인력사무소(37곳) 대다수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영세 사무소 업체 대표 B씨는 “대형업체에 3년째 인부 인건비 대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인건비를 대납하는 계약이라도 맺지 않는다면 일감 수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매달 초에 인건비를 대납하고, 말경에 수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 시장 업계가 어렵다 한들, 함께 살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