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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스포츠의 가치

남북이 주체다
기존관행 넘어 과감한 접근 필요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센터장

2020년 07월 15일(수) 19:13
한국전쟁 70주년이다. 상처는 아물지 않고 여전히 아프다. 외세를 탓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 민족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의 요술램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한 국가가 지정학적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준다. 미국과 일본은 1950년부터 한국전쟁의 종식을 바라지 않았다.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와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자국 경제가 회복 된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현실주의가 주는 교훈이다.

'한국전쟁의 기원' 이라는 기념비적 저서로 한국전쟁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는 "한국은 한국인들을 위한 것이고, 외국의 개입이 적을수록 더 좋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과거 남북관계의 성과를 냈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주변국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주도하되, 주변국의 지지와 협력을 얻어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조선 문제는 결코 외세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우리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외세에 의존한 한반도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더 이상 자국 이익을 위해 한반도 평화에 딴죽을 거는 기회주의 국가들에게 농락당하면 안 된다.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에게 확고한 메시지와 구체적 실천방안들을 내놓고 이끌어 가야 한다. 남북이 함께 걸어가는 것이 역사의 소명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주변국들과도 협력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쌓는 과정에서 평화는 확립된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은 세계사에 남을 시간이었다. 남북 두 정상이 손을 잡고 판문점을 넘던 순간은 역사의 중력을 거스르는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가 교착상태에 있을 때 새로운 접근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남북이 전면에 나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평화는 내부에서 출발한다. 연대하면 누구도 갈라놓지 못한다. 남북대화는 행동이 필요하다. 실행력이 중요한 이유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간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포츠 교류는 가장 효과적인 대화수단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정치가 소통부재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포츠는 훌륭한 대안이 돼주었다.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처럼, 위기는 '지금까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2032년 여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협력"을 한반도 미래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남북 올림픽을 준비하려면 남북 공동 위원장 체제의 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남북의 유소년 선수들이 상시적으로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을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에 짓고, 국제대회 유치 개최 등을 위한 노력을 함께한다면 한반도 정세가 급변해도 '스포츠 평화지역'을 통한 정치적 긴장을 흡수하며 한반도 평화의 노둣돌을 놓을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열쇠는 남북에 있다. 실적에 급급한 외세의 일회성 이벤트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지속 가능한 스포츠 교류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한반도 평화는 진전될 수 있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의 중요한 해법이자, 신냉전에 휩쓸려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오늘 새로운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만날 수 없다. '스포츠의 가치'를 활용하여 기존관행을 넘어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난극복이 특기라는 한민족의 역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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