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은 '이날, 목놓아 통곡하노라'라는 뜻으로 1905년〈황성신문〉사설란에 실린 장지연의 논설이다. 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는 시대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진 민낯이 작년 성·폭력 사태에 이어 다시 드러난 것이다. 외형의 성장을 따르지 못한 내면의 후진성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지난 4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장 큰 특징은 체육의 목적이 '국위 선양'에서 '건강한 공동체 형성'으로 변경된 점이다. 한국 스포츠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선수 육성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인권문제가 불거졌다. 국제대회에서는 성적 지상주의라는 집단 최면에 걸려 적폐들을 방관하고, 정책들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단기적 대응과 처방들을 되풀이했다.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은 국가주의 체육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나온 비극의 단면을 보여준다. 해법은 그만하면 됐다. 지금부터는 일관성을 가지고 거시적 관점에서 근본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전략 부재가 아닌 불이행이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인간을 특징짓는 가장 대표적인 표현으로 널리 사용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생각, 사유, 사고라는 단어는 인간과 가장 밀접하며 이성의 토대 위에서 사용되는 대표적 단어다. 이성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모든 사고(思考)는 아무 반성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이다.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이 비판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란 '합당하게 추리하는 반성적 사고'를 말한다. 비판적으로 사고한다고 하면 흔히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떠올린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꼬투리를 잡거나 흠집 낼 목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가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적 사고를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어떤 주제나 주장 등을 수동적,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소극적 태도를 갖게 된다. 이런 태도는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생각을 꼼꼼히 따지려 하지 않는다. 스포츠계의 폭력과 비리는 비판적 사고의 무사유(無思惟)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어떤 주제나 주장 등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하며 평가하는 능동적 사고"로 '추리하는 사고(reasoning)'를 의미한다. 추리하는 사고는 이성적 능력이 바탕이 되므로 '합당한 사고'이다. 종합하면, 스포츠 현장에서 비판적 사고의 부재는 지금까지의 적폐들을 몰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를 반증한다. 합리적 비판은 길을 열기 위함이지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비판적 사고를 통한 올바른 사고방식을 익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스포츠에도 비판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다.

1962년 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국가 체육을 규정하는 최상위 법으로 군림했다. 1982년에는 '체육을 통한 국위 선양'이 추가됐고, 메달과 성적 지상주의에 치중한 정책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해왔다.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1조 '목적'을 살펴보면, '국위 선양'이라는 문구가 삭제되어 인식 및 문화적 개선이 이뤄지고, '연대와 공정', '인권과 행복', '자긍심과 공동체'라는 단어들로 대체됐다. 세부 내용으로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 비리근절을 위한 전담기구인 스포츠 윤리센터의 조사권이 대폭 강화되고 직장운동경기부(실업팀) 선수 표준계약서 마련, 취약지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 선수 관리 담당자 등록 등 체육계 인권침해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지금의 선택과 실행에 따라 한국 스포츠의 미래가 결정된다. 스포츠계의 관습들이 적폐가 된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역사를 맞아야 한다. 매듭은 만든 곳에서 풀 수 있다. 개정안 통과가 스포츠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거듭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