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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바라지 않는 '친절한' 히어로

정세랑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리커버 출간
"여린 존재들의 아름다움 들여다보는 주인공"

2020년 10월 20일(화) 09:39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속 인표(남주혁)과 은영(정유미)./넷플릭스 제공
지난 2015년 12월에 출간돼 꾸준히 사랑받은 ‘보건교사 안은영’이 출간 5주년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화를 기념해 ‘리커버 특별판’으로 출간됐다.

소설은 제목 그대로 보건교사 ‘안은영’을 주인공으로 한다. 사립 M고에서 근무하는 은영을 어느 학교에나 있는, 특별하지 않은 보건교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은영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본 ‘퇴마사’이자 ‘심령술사’다. 그러나 은영은 퇴마사로서의 전형성 이전에 자신만의 성격과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으로 그 만의 매력이 더 돋보이는 캐릭터다.

은영의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홍인표는 사립 M고의 한문교사이자 학교 설립자의 후손이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흐르는 출처 모를 거대한 에너지는 은영의 퇴마를 돕는 필수적인 영양제 역할을 한다. 은영의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그리고 학교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손을 맞잡고 힘을 합쳐 악과 싸운다. 통 굽 슬리퍼를 신고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으로 악귀와 혼령을 물리친다는 은영의 설정은 코믹하기까지 하다.

퇴마사임에도 불구하고 은영은 명랑하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그녀는 살아간다는 것이 지독하게 폭력적인 세계와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일임을 알고 있다. 친절함으로는 그 칙칙함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칙칙한 세상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는 것은 친절, 선, 사랑과 같은 것들인데 그런 가치들은 대부분 저평가받고 외면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착한’이라는 말은 이따금 ‘야무지게 자신의 몫을 챙기지 못하는 멍청한’과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과 싸우기 때문에 은영의 선행은 더더욱 그렇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은영을 괴짜로 보이게 하고 기운까지 모조리 빼앗아가는 선행. 그러나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영은 착하고 멍청한 친절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항상 외롭게 고군분투해 온 은영과 불편한 다리를 숨기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던 인표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한 마음이 아이들을 지키는 모습을 읽다 보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쓴 정세랑 작가는 은영에 대해 “여린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오래 들여다보고, 복잡한 싸움을 지치지 않고 해나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지 묻는 주인공”이라고 설명하며 “평생을 다해 대답해야 할 질문을 주머니에 넣고 달리는 저의 친구가,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친구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상이 망가졌다고 느끼는 날, 이유없이 우울하고 외로운 날이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어떨까. 책을 덮으며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무겁게 커지는 날에 어디선가 나타난 은영이 무지개 칼과 장난감 총으로 머리맡을 지켜주길 상상해 본다.
/오지현 기자         오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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