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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을 듣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

음악 듣는 ‘행위’ LP만이 가진 따뜻함 매력
MZ세대 뉴트로 열풍에 작년 판매량 73%↑
소유·경험·접촉… 빈티지한 감성 인기몰이

2021년 01월 13일(수) 16:40
턴테이블./Pixabay
■ 코로나 시대 달라진 취미생활(1) LP 감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이들의 여가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거리두기로 인해 타인과의 접촉은 제한됐으며,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 또한 줄줄이 미뤄지거나 취소돼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을 통해서만 마음놓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일상에 변화가 닥치며 생긴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뜻하는‘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두 손 놓고 우울해하기만 할 수 없는 법. 코로나로 인해 재조명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집’이다. 집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을 넘어 그 자체로서 회사이자 헬스장, 카페이자 취미 및 여가생활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는 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작년 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달고나 커피’ 만들기와 크로와상으로 와플을 만들어 먹는 ‘크로플’의 유행도 무료함을 떨쳐내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은 이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지는 코로나 시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찾아 소개한다. 첫 번째로 다룰 취미는 바로 ‘LP’다.

회현지하상가에 위치한 LP상점./KBS 제공




LP는 언제 시작됐을까. 에디슨이 사람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할 수 있는 축음기를 발명한지 딱 71년이 지난 1948년, 미국 콜롬비아 레코드는 마이크로그루브 방식을 통한 비닐계 재질로 된 레코드판을 발명했다.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일컫는 ‘레트로’가 유행하고, 현재의 것과 옛 것을 대입한 ‘뉴트로’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며 최근 국내에서도 아날로그 방식의 음악 감상법인 LP가 주목받고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해 간단한 터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곡을 듣기 위해 LP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 또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차분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취미생활의 조건에도 딱 들어맞았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사이에 분 뉴트로 열풍도 LP의 성장세에 큰 영향을 끼친 요소 중 하나다.

백예린
특히 백예린을 필두로 한 젊은 아티스트들이 LP를 발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외면받던 LP시장을 다시 한번 부흥시켰다. 집콕 생활에 급부상한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백예린의 라이브 공연 등이 다시금 주목받으며 그녀가 발매한 LP 또한 큰 인기를 끈 것이다.

백예린의 정규 1집 ‘Every letter I sent you’의 한정판 LP 2,000장은 지난해 5월 예약 판매 직후 품절됐고, 이후 나온 일반판 역시 선주문 수량만 1만 3,000장을 기록했다. LP 구매자들 사이에서 이 앨범은 ‘없어서 못 구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직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작년 LP판매량은 전년 대비 73.1% 증가하며 큰 성장폭을 보였다. LP는 지난해 세계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에서도 그 수요가 급증, 30년만에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LP의 가장 큰 매력은 소유와 경험, 접촉이라는 물리적 과정을 통한 음악 감상의 과정에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LP를 찾아 구매하고, 이를 직접 관리하고 정성들여 턴테이블에 끼워넣는 그 일련의 과정 모두가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스트리밍 음원에 비해 LP특유의 잡음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불온전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광주시내에도 LP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 뮤직라운지나 충장로 1가 25시 음악사와 베토벤 음악감상실, 궁동 예술의 거리 LP 바 사운드오브 뮤직, LP 관련 소품들이 가득한 북구 용봉동의 ‘ALT&NEW’ 등은 마니아들이 찾고 있는 인기 공간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요즘. 관리도 까다롭고, 즐기기 위한 과정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P만이 가진 따뜻한 소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은 정돈되지 않은 음질의 투박한 음질의 매력이 우리의 마음 한 켠을 가만히 쓰다듬어 줄지도 모른다.
/오지현 기자         오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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