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광주에서 가장 가슴 시리게 아프면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오월이 마무리됐다.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거행된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정점으로 각종 방송에서 오월 광주를 조명하고 추모하는 것을 보면 이제야 우리 광주가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여전히 진상 규명이 필요한 과제도 많지만, 5·18진상규명법 제정 등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광주가 겪어야만 했던 아픔이 2021년 현재 미얀마에서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1일 미얀마군은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고문인 아웅산 수치와 대통령 윈민 및 여당 지도자들을 축출한 뒤 가택에 연금했다. 그 후 군부는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모든 권력을 참모총장인 민아웅 흘라잉에게 귀속시켰다. 그러나 이미 군사정권과 민주주의 체제를 모두 경험해 군부의 실상을 알고 있는 미얀마 국민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저항하기 시작했다. 5월 21일 기준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5,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탄압이 심해질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미얀마 국민의 열망은 더욱 커져 저항도 격렬해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과 닮은꼴

사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미얀마의 대내외적 여건은 결코 녹록치 않다. 우선 미얀마는 국민의 인적 구성으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 버마로도 불린 적이 있는 이 국가는 135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국가다. 현재 민주진영은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소수민족과 함께 반군부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향후 민주화에 성공하더라도 소수민족의 독립요구가 더해져 사회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여기서 오월 광주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희생된 아이를 안고 오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결연히 일어선 미얀마 시민들을 보면 전두환이 이끈 군부의 무기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저항했던 80년 5월 광주시민을 떠올리게 된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참상은 41년 전 광주시민이 겪었던 것과 동일한 상황으로, 이를 통해 미얀마 사태가 80년 광주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에 우리 광주는 동일한 아픔을 겪고 있는 미얀마에 공감해 연대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 항의를 하는 미얀마 현지의 ‘딴봉띠’ 시위를 재현해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를 돕기 위해 출범한 ‘미얀마 광주연대’는 6월 초까지 2억6,000만원이 넘는 성금을 모금했으며, 지난 4월 5,000만원을 우선 미얀마 현지 시위단체와 언론인, 의료진 등에 전달했다. 그리고 ‘세계지방정부연합 인권위원회’ 의장도시로서 국내외 21개 지방정부들이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와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는데 우리 광주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재한 미얀마단체 연석회의를 개최해 미얀마 민주화운동 공동행동 목표 등을 논의했다. 민주화를 이루어 낸 광주가 미얀마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응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얀마인들은 희망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나눔과 연대 정신의 부활

광주의 5월이 지나고 어느새 6월이 성큼 다가왔다. 한때는 왜곡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릴 것 같이 보였던 5·18의 진실과 그 정신은 광주시민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퍼져 뿌리를 내리고, 87년 6·10민주항쟁에까지 영향을 미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은 유수의 선진국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우리 광주시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기여한 점에 있어서 충분히 긍지를 가질 자격이 있다. 앞으로 나눔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통해 미얀마에서도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