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서미애·오지현 기자] 건축공사를 위한 핵심 자재인 철근이 극심한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광주·전남지역 건설현장에 초비상이 걸렸다. 광주시 도시철도 2호선 공사 등 공공사업 현장 또한 필요한 철근 납품이 늦어질 경우 공사지연이 예상되는 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로나19 상황 속 건축자재들의 생산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량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자재값은 크게 오르면서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2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철근의 경우 대표적인 건축자재 수급불안 품목으로 손꼽힌다.

7대 제강사의 철근(SD400·지름 10㎜ 기준) 유통가격은 지난해 말 60만~70만원 대에 거래됐다. 그러나 올 들어 1월 74만원, 2월 79만원, 3월 80만원, 4월 85만원, 5월 98만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6월 143만원을 기록, 불과 6개월여 만에 2배 이상 가격이 훌쩍 뛰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철근 수급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들 공사에 필요한 철근 조달이 몇 달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공업체는 최근 제강업체에 철근을 발주했으나, 3~4개월 후에 납품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광주·전남 공공발주공사도 줄줄이 차질이 우려된다.

조달청이 공공 발주한 전남지역 교량을 건설하던 A건설사는 이 달 들어 공사지연에 애를 먹고 있다. 교량 뼈대에 쓰이는 철근(봉강)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서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SD400 제품은 웃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철근 수급차질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발주처와 공사기간 연장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철골재 가격으로 인해 광주도시철도 2호선 또한 공사지연 등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철근 대란과 함께 지난달 8일 도시철도 공사를 위해 철근을 수급받고 있는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에서 40대 근로자가 설비점검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공장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광주도시철도 건설본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철근 수급이 부족해 공사가 지연되는 등 영향이 있지는 않으나, 현재 전국적으로 철근 대란이 일어나고 있어 이후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한 달 전부터 조달청에 원활한 철근수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철근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전년대비 두 배 치솟은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이 내수 확보를 위해 철근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대란에 불을 붙였다.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와 전남도회에 따르면 올 들어 철근 부족으로 광주와 전남지역 공사현장 수백 곳에서 공사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협회 전남도회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철근뿐 아니라 H형강, 목재, 시멘트까지 부족해 작업중단과 공기지연으로 준공이 늦어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면서 “철근 공급이 한정된 상황이어서 철근대란은 올해 말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나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현장은 적자를 걱정하기도 했다.

관급공사를 진행 중인 모 건설회사 관계자는 “원가가 워낙 높아져 공사비를 더 받아야 하는데 정부가 그렇게 해줄 것 같지는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체들과 협회는 자재수급 불안에 따른 공사지연 시 지체보상금 부과에서 제외토록 제도 개정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건설협회 광주시회 관계자는 “건설업체의 피해는 물론 아파트 입주 지연 및 시설물 품질저하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수급불안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아직도 일부 발주처에서는 관급자재 조달에 실패하고도 공사기간을 연장해주지 않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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