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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에 오리 픽픽 쓰러져…사육농가 발만 동동

나주 세지면 오리농가 가보니
하루 수십~수백 마리씩 폐사 일쑤
지난해 AI 살처분 후 휴지기 압박도
시설·장비, 면역 제제 등 지원 미흡

2021년 07월 29일(목) 18:58
광주·전남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29일 오전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 한 오리농가에서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대형 선풍기를 돌리고 있지만 더위에 지친 오리들이 바닥에 누워 있다./김생훈 기자
[전남매일=오선우 기자]“사람도 쓰러지는 판국에 오리라고 별 수 있을까요. 그저 폭염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죠.”

지난달부터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불볕더위가 그칠 기색 없이 연일 이어지면서 전남 지역 축산 농가가 시름에 빠졌다.

29일 오전 찾은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의 한 오리 농가. 농가 입구부터 희뿌연 물안개처럼 미세한 입자의 물줄기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33도가 넘는 폭염 특보에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으로부터 오리들을 지키고자 입구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 쏟아져나오는 물줄기였다.

이곳에서만 30년 넘게 오리를 키워온 임종근씨(53)는 쉴 새 없이 축사 사이를 오가며 오리들을 돌봤다. 찜통이나 마찬가지인 날씨에도 파란색 축사 내부용 작업복과 장화를 갖춰 입은 임씨는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오리들을 계속해서 살피기 위해서다.

임씨는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주기적으로 물줄기를 분사해야 축사 내부 온도가 내려가 오리들이 탈진하지 않는다”면서 “분사한 뒤에는 다시 천장을 열어 젖은 땅을 말리고 습기를 제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축사 내부에 들어서자 수천 마리의 오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임씨가 10개의 축사에서 사육 중인 오리들은 모두 5만6,000여 수. 대부분 사육한 지 17~24일이 지난 오리들로 지금이 생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사육 시작 후 42일이면 출하할 수 있지만 더위로 인해 생육이 더뎌질 경우 출하일은 늦어지고 그만큼 폐사율이 늘어난다.

다행히 오리들은 찌는 듯한 더위에도 임씨의 부지런한 손길에 어느 정도 활동성을 보였다. 축사 내부 천장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와 열을 내보내는 데 용이한 햇빛 투과형 지붕 덕에 외부보다 시원했다. 탈진한 오리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그늘에 앉아 쉬거나 급수기에서 물을 먹는 모습이었다.

임씨는 “밤낮 없이 돌본 결과 폐사하는 오리는 하루에 수십 마리 정도”라며 “시설이 열악한 다른 농가에서는 최근 하루에 300~400마리씩 죽어 나간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지난해 일대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키우던 오리 5만8,000여 수를 살처분한 뒤 휴지기로 인해 줄곧 축사를 운영하지 못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폭염 대비 지원책도 미흡해 농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임씨는 “보통 1년에 6번 사육하지만 올해는 지금이 첫 사육인 데다 그마저도 폭염 탓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면서 “농가 지원도 대폭 줄어 면역제제나 영양제가 농가당 채 한 통도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보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올해 가축 폐사 예방을 위한 예산 100억 원을 투입해 폭염 스트레스를 줄이는 비타민제 공급, 식욕 저하를 막기 위한 사료 첨가제 공급, 축사 지붕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열 차단재 도포 등 대책을 추진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인한 가축들의 폐사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각 농가에 대비책 마련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며 “다양한 대책을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기준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폭염으로 인한 전남 도내 가축 폐사 건수는 총 87건에 2만8,763수다. 나주시에서는 15건에 3,649수가 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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