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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도입 두 달 불구 '유명무실'

근무패턴 붕괴·인력이탈 심화
초과근무 수당 요구조차 눈치
"업종별 구분 적용·보완해야"

2021년 09월 16일(목) 17:26
[전남매일=오지현 기자] #1 “더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 투잡을 뛰는 수밖에요. 대리기사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는데, 주52시간제 근무 전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입은 더 적죠. 일도 주중엔 본업이 있으니 야간에만 가능한 일을 찾아야 해 한계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근로자들의 ‘워라벨’을 위해 도입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녁 시간을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광산구 월전동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 근무하고 있다는 김 모 씨(35)는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급여에 어쩔 수 없이 야간에는 대리기사로 이른바‘투잡’을 뛰게 됐다. 주52시간 시행으로 인해 근무 시간은 줄었으나,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한 업무 강도는 심해져 야간 대리기사 일도 벅차지만 어쩔 수 없다.



#2 “오후 7시가 퇴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3일간은 저녁 10시까지 야간근무를 했습니다. 그러나 추가 수당은 커녕 오히려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주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지 일일히 감시하지 않는 이상 주52시간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정책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한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이 모 씨(27)는 “주52시간제 도입에도 사실상 피부로 와닿는 큰 차이는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씨는 “차라리 주52시간제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당당히 추가 수당이라도 요구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것마저 눈치만 보인다”며 “정책 도입으로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주52시간제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된 지 약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역 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근로자들이 임금 보전을 위해 투잡에 뛰어들거나 다른 회사로 이탈하는 등 정상적인 근무 패턴이 무너지는 등 오히려 도입 취지와 어긋나는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에서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의 지난 7월 한 달간 부업자수는 16만4,000명으로 전월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이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이 중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부업자 수가 중견·대기업 근로자와 비교해 확연히 많았다. 올해 7월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부업자 수는 전체 부업자 56만6,000명 중 2만9,000명으로,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을 추가해도 5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리해야 할 업무는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제한된 탓에 불법 또는 편법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해 오히려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요구하기도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퇴근은 했으나 남은 업무를 집에 가 추가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등 사실상 일하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 오히려 업무 시간은 증가한 것이다. 퇴근을 한 이후라 비용을 회사에 청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야근수당, 심야수당, 심야 교통비도 없어져 급여마저 확연히 줄었다.

이 씨는 “근로시간 단축은 잘못된 정책이 아니나, 일하는 시간을 줄인다고 기업에서 사람을 더 채용하지는 않는다”며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재 재직자들에게 돌아온다. 차라리 시간외수당을 정확히 기록하는 등의 방식을 도입했다면 기업 또한 비용 부담에 일하는 시간을 자연스레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52시간제를 둘러싼 계속된 논란에 타임뱅크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관련 정책 보완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정부는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주52시간 확대 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등 해당 정책에 대한 보완·개편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주52시간제의 일괄적 적용보다 업종별 구분 적용과 예외가 필요하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완성도 높은 현실적인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오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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