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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이상 끝!
2021년 10월 19일(화) 12:37
<화요세평>환영합니다! 이상 끝!
황수주 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이십여 년 전 학생들의 수련활동을 지도하는 청소년지도자로 근무를 했다. 매주 월요일 새벽이면 광주에서 목포로 출근을 했고, 토요일 저녁시간 무렵에 광주 집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주로 2박 3일 일정으로 월요일이나 오전 11시 무렵 수련원에 도착해 수요일 점심을 먹고 퇴소를 했다. 그 다음 학교가 바로 2박 3일 일정으로 수요일 점심 무렵 도착해 금요일 점심에 나갔다. 또 1박 2일 일정으로 금요일 점심에 도착한 학생들은 토요일 점심을 먹고 나가는 일정의 연속이었다.

수련원에 학생들이 도착하면 먼저 입소식을 진행한다. 학생들의 눈에는 자기 반을 맡아줄 수련원 청소년지도자가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남학생반에 남자 지도자가 소개되면 야유가 이어졌고, 남학생반에 여자 지도자가 소개되면 좋다고 난리가 났다. 보통 학교 교장선생님이 현장에 참석하셔서 인사말씀을 학생들에게 해주시는 데 인사말씀이 대체적으로 길다. 교장선생님 등장과 함께 학생들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둥 마는 둥 웅성거리며 흘려보낸다.

자녀 향한 마음의 여유

수련원 원장님이 소개되고 환영사가 시작된다. “○○학교 학생 여러분!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상 끝!.” 학생들이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로 난리다. 그래서 우리는 청소년 행사에 높으신 분들을 잘 초대하지 않는다. 한 분 한 분 말씀하시다 보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집중하지 않는다고 청소년들을 타박한다. 청소년들의 원망어린 눈빛이 그냥 느껴진다. 늘 잔소리를 달고 사는 부모님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녀와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잔소리를 줄여야 한다.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조바심을 갖지 않도록 부모님들 스스로 시간이나 정서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4월부터 11월까지가 수련활동의 절정이었다. 주로 학기 중에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들어왔고, 여름방학은 또 각종 캠프로 바쁜 나날이었다. 그 당시 한 학년이 보통 400명 가까이 되고, 많은 경우 600명 이상이 되는 학교도 있었다. 그래서 항상 수련원에는 북적북적 생동감이 넘치고 학생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활기가 있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일요일은 힘들어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 점점 줄어들어갔다. 또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생들과 활동을 하고, 제때 연락이 안돼다 보니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이래서 자연권 청소년수련원의 직원채용이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로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아 폐업을 하는 수련원도 늘어나 안타깝다.

청소년수련원에서의 일상은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학생들을 안내방송으로 깨워 운동장에 모여 학생들의 건강상태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생활체조도 시키면서 하루를 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좋았던 건 방송으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고, 고요한 호수 위로 새들은 아침을 노래하고 아물아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홍보물을 만들 때도 호수가 아름다운 수련원이라 했다. 그런데 진짜 호수는 아니고 저수지였다. 저수지면 어떠하랴? 내 마음에 호수인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었겠지만 싱그러운 아침의 기운과 따스한 햇살을 모두 품을 수 있으니 그걸로 족했다.

성취 기회 끊임없이 제공

수련원에서 수련활동을 진행하다보면 항상 돌출되는 학생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우리는 역할을 선물한다. 평소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눈 밖에 난 친구들이지만 수련원에서 줄도 세우고 배식봉사도 하고 환경정리도 하면서 친구들을 도울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적절한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잘한 행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장도 주면서 격려한다. 상을 받으면서 부끄러워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기도 하고 우쭐해 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평상시 청소년의 문제행동 때문에 편견어린 시선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길 바란다. 자신이 인정받는 그 순간부터 또 다른 무언가를 잘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자그마한 성취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시기가 청소년기이다. 그 성공의 경험과 인정이 청소년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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