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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위드코로나, 불안을 이기는 철학

‘반드시’ 기준 없다 공자 정신, 유연한 대처
집착 버려야 후회, 불안 악순환 고리 끊는다
체계적 둔감법 훈련으로 유연함 갖춰야

2021년 10월 28일(목) 15:44
이미지 출처 아이클릭아트
[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위드코로나, 불안을 이기는 철학

공자의 마음 치유 이야기

‘반드시’ 기준 없다 공자 정신, 유연한 대처
집착 버려야 후회, 불안 악순환 고리 끊는다
체계적 둔감법 훈련으로 유연함 갖춰야

글 한은경 박사 (심리학 박사, 임상심리전문가)

전례 없는 위협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을 안겨준 코로나는 해를 넘긴지 오래다. 인류는 백신으로 대응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매순간 선택의 상황에 놓인 채로 결정을 내려왔고, 과거의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인류와 공존해왔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 특히 위드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떠한가? 코로나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매순간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며, 또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노출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더해져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낳고 있으며,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차원으로 펼쳐질 미래가 어떤 이들에게는 깊은 상심과 좌절, 그리고 예기불안과 공포감으로 경험되고도 있다.

언론상에 보도된 한 50대 남성의 죽음이 문득 떠오른다. 20여년을 넘게 요식업을 해온 자영업자인 그는 한때 가게를 몇 개로 불릴 만큼 나름 성공가도를 달렸고, 그 성공 뒤에는 남다른 성실함과 근면함이 강력한 토대로 자리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끔 그를 내몰고 말았다. 월세 방 보증금을 종업원들의 급여로 내어 준채로 그는 쓸쓸한 주검이 되었고, 장례식장에는 앞치마를 두른 그의 영정 사진과 종업원들의 조문만 있을 뿐이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니 어떠한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음이 절실하게 와 닿는 순간이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과 기아, 그리고 전염병 등 난세에는 이를 이겨내는 철학과 지도자의 실천들이 있어 왔다. 논어의 이인편 10장에는 ‘자왈, 군자지어천하야 무적야 무막야 의지여비’[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義之與比]라는 말이 등장한다.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천하, 세상의 일에 임하는 데 있어 가까이 할 것도 없고, 멀리할 것도 없다. 오로지 의로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도 없고, 또한 반드시 그러지 말아야 할 것도 없으므로, 미리 옳다 그르다를 정하거나 구분하려고 하지 말되, 사물이든 사람이든 ‘인의’와 ‘도의’의 기준을 가지고 유연하게 대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학문과 인품을 인정받는 군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러한 공자의 정신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가능한 철학이다. 위드 코로나의 시대는 걱정하며 사는 세상과도 같다. 달라진 일상, 특히 생존에 대한 위협과 타인과의 연대에 대한 기회의 상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또 다른 불투명성을 갖춘 미래에 대한 예기불안을 초래한다.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불안이 우리를 엄습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혼자만 겪는 불안이 아니라는 일반화는 그 고통을 상당 수준 경감시켜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택과 후회, 그리고 불안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불안과 비불안이라는 흑백논리로 자신과 주변 세계를 해석하는 인지적 오류도 우리를 괴롭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공자의 정신을 되새겨보며, 오늘 내가 한 선택에 대해 맞고 틀리다의 잣대를 내려놓고, 오늘 만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좋고 싫고의 경계감을 느슨하게 하며, 오늘 나를 둘러싼 외부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의 저울질을 그만 두는 선택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나아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타인에게도 적용하면서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알고 매사에 행동하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는 의로움을 실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사회 곳곳의 이름 없는 의로운 시민이 공자가 말하는 군자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자의 철학은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원리에도 일부 묻어나 있다. 행동치료의 창시자로서 체계적 둔감법을 개발한 심리학자 월피(Joseph Wolpe, 1915~1997)의 상호억제(Reciprocal Inhibition)원리가 그것이다. 신경계는 흥분과 이완을 동시에 작동시키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 착안, 불안반응과 이완반응은 양립할 수 없다는 원리를 도출한 것이다. 이에 불안 자극에 대해 체계적이고도 점진적인 이완을 유도함으로써(동일수준의 불안자극과 이완반응을 짝짓기), 불안자극과 불안반응의 결합을 약화시키는 치료적 결과를 얻는 것이다. 즉, 불안상태와 이완상태라는 양 극단의 상태만 존재한다는 생각의 집착을 버리고, 점진적인 훈련을 통해 보다 유연한 대처로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안과 이완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신경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체계적 둔감법 훈련을 실천하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안을 이겨내는 사소한 실천 하나를 제안해볼까 한다. 앞 사람이 계산을 마치기를 기다리는 몇 분의 시간 동안 당신은 주로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한번 떠올려보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대신, 마트 점원이 바코드를 바로 스캔할 수 있도록 물건들을 계산대에 한번 진열해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에 지친 누군가에게 쉽게 할 수 있는 사소함이지만, 그러한 사소함이 모여 또 누군가에게로 전파되어 가다 보면, 위드 코로나 시대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이미 군자는 출현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심리학 박사 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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