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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정선(광주교대 교수·6대 총장)

2021년 11월 17일(수) 11:11
이정선 광주교대 교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죽어갔던 것이 벌써 51년 전 오늘이다. 그의 나이 꽃다운 스물한살 청년 때였다. 그의 주장은 어떤 심오한 철학이나 투철한 이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지 않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요구였다.

전태일 열사가 가신 지 51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062명으로 2012년 1,864명에 비해 11.1%가 증가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이 100만 명당 17.01명으로 영국의 1.62명에 비교해 약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된다.

학교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전국 2만여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및 교직원 45만 명, 대학 교수 및 비정규 교수 15만 명,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및 간접 고용노동자 40만 명 등을 합하면 10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도 열악한 환경과 위험에 노출되거나 차별과 불평등을 경험하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2016년 스크린 도어 사고로 숨진 19살 김군, 2021년 평택항 컨테이너 정리 중 지지대 사고로 숨진 23살 대학생 이선호씨, 얼마 전 요트업체 현장실습 중 사망한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군 등 이 시대 수많은 전태일들이 꽃도 피우지 못한 채 노동현장에서 스러져갔다.

학교는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노동자의 삶을 목격하며 노동의 가치를 내면화 하는 장소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부터 학교노동자들의 기본권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겐 노동인권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 학생뿐만 아니라 대부분 학생이 향후 노동시장에 입문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노동인권 감수성을 높여 일하는 삶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것은 중요하다.

실제로 취업을 앞둔 특성화고 학생들조차도 근로기준법, 노동3법, 임금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거의 없다고 한다.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보다 당당한 취준생이 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부터 직장 내 폭언, 폭행, 성희롱 등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과 직장 내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권리회복방법, 상담기관, 유용한 웹 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고용주와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 산하에 노동인권 관련 부서를 만들어 학교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근로조건 등에 관심을 갖고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을 넘어 모든 직렬 학교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특성화고 학생 현장실습, 아르바이트 종사 학생 등 학생노동자의 안전과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 노동인권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재 개발, 교수요원 양성, 교원역량 강화 등 교육과정 및 교원연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특성화고는 체험프로그램이나 동영상이나 전자교과서를 개발하여 활용하는 노동인권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좋겠다. 일부 시도교육청의 사례처럼 우리지역도 노동인권교육 교과는 고등학교에서 지역수준의 교육과정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를 단순히 지식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참여형 체험학습을 통하여 노동의 가치와 노동인권감수성을 높여서 일하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야 할 것이다. 12월 1일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단체관람도 좋을 것이다.

모든 사회는 노동에 기초한다. 그러므로 노동자의 기본권과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사회의 건강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는 일이며, 이는 학교에서 최우선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51년 전 전태일 열사가 꿈꾸던 세상을 우리 손으로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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