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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없는데 종이값 인상이라니" 긴 한숨만

국제펄프 가격 연초보다 35.11% 상승
제지사들 일방적 통보 수직계열화 문제
중기중앙회 "제지 공급가 규율 제정 필요"
■르포 / 서남동 인쇄거리 가보니

2021년 12월 01일(수) 18:32
1일 서남동에 위치한 인쇄업체의 작업자가 광고물을 인쇄하고 있다.
[전남매일=김혜린 기자]“국제 펄프 가격이 올라 국내 제지사에서 떼 오는 종이값이 비싸지면 인쇄비도 올릴 수밖에 없죠.”

서남동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50대 김 모씨는 지난달 제지업체로부터 10% 인상을 통보받았다. 지난 3월 인상에 이어 반년만에 또다시 종이값이 오른 것.

김 씨는 “대형 제지사에서 11월부터 전체적으로 종이값을 올렸다”며 “종이값이 오르면 어쩔 수 없이 인쇄비도 오른다. 올해 3월에 한 번 인상이 됐는데 왜 또 오르냐는 손님들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펄프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선거철을 앞두고 제지 수요가 급증하는데 그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원재료 펄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국제 펄프 가격에 크게 좌우된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제지 공급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12만2,757톤의 펄프를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펄프의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국제 펄프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해 올해 6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60.9% 상승한 톤당 925달러(약 109만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기준으로도 올해 연초 대비 35.11%가 상승한 885달러(약 104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해상 운임비용과 인건비가 상승하고, 친환경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며 펄프 이용 제품과 중국 내 종이 포장재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변동으로 보인다.

국제 펄프 가격 상승은 원재료 펄프를 활용한 국내 제지업계의 판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국내 제지 산업 내수시장은 지종별로 상위 2~3개사가 총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로, 인쇄용지는 제지사에서 대·소형 지류 유통사를 거쳐 실수요업체로 공급된다.

인쇄용지는 지난 3월 15%, 6월 9%로 공급 할인율을 축소했으며, 골판지원지는 지난해 7월 약 30% 인상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지난 3월 또다시 15~20% 인상됐다. 또한 백판지는 2~3월 톤당 약 10% 인상됐다.

또 다른 인쇄업체 관계자는 “이전에는 리플릿이라던가 전단지 같은 광고물 제작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광고물 제작이 이전에 비하면 절반도 안된다”며 “안그래도 제작 의뢰가 줄어서 힘든데 공급가까지 올라가니 매출이 더 떨어질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내년 매출은 조금 희망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유행한다면 타격이 클 것 같다. 경기가 언제쯤 안정될지 불안하다”며 걱정했다.

중기중앙회는 제지 활용 업체의 99% 이상은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으로, 대기업인 제지사에서 일방적으로 고시가를 결정해 통보하면 최종 소비자 입장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현실적인 기준 용지 고시 가격을 제공하도록 제지 공급 관련 규율을 마련하고, 제지 생산 대기업과 유통기업, 구매 중소기업들이 상호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할 수 있는 복합 네트워크 협의체 구성 및 구매 중소기업의 공동구매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인쇄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의 김장경 전무는 “중소업체가 대다수인 인쇄업계와 제지 생산 대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며 “조만간 양 업계가 상생하는 협력방안이 마련될 것이며, 대기업도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력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찬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올해 국제 원재료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며 “제지업계의 모범적인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원유, 철강 등 원재료 가격이 크게 상승한 타 업종에도 전파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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