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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무방비 노출…화장실도 10분 걸어가야

나주혁신도시 외곽 버스종점 가보니
휴식공간 없어 졸음운전 등 우려
공회전 금지에 에어컨 작동 못해
광주·나주시 업무 떠넘기기 일관

2022년 05월 26일(목) 19:12
26일 오후 나주시 빛가람동에 02번 버스 종점에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버스기사들이 정차해 놓은 버스 옆에 생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김생훈 기자
“무더위를 피할 휴게실마저 없습니다. 이번 여름은 또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합니다.”

26일 나주혁신도시 외곽에 있는 좌석 02번 버스 종점(회차지점).

이날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육박해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버스 종점 일대는 햇빛을 피할 그늘은 물론 휴게실도 없었다.

특히 운행을 마치고 종점에 도착한 버스기사들은 버스 옆에 생긴 그늘이나 주변 건물 그늘 아래 모여 주저앉아 있었고, 푹푹 찌는 열기에 어느 새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길게는 40분 이상 이곳에서 머무는 기사들은 공회전 금지 규칙으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는 탓에 야외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버스에서 민소매만 입고 부채질을 하는 가하면, 도보로 약 10여분이 걸리는 화장실에 다가가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기도 했다.

식당은 약 20여분이 걸릴 정도로 거리가 멀어 점심을 먹고 버스 근처로 돌아온 기사들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지쳐있었다.

버스기사 A씨는 “너무 더워 제대로 된 휴식을 할 수 없다. 여름엔 차라리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운행시간이 더 쾌적하고 좋다”면서 “계속 요구해도 어디서 막히는 건지 수 년째 휴게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버스기사 B씨는 “노선도 길고 휴게실은 없어 02번은 모든 기사들에게 기피 대상이다. 5월인데도 벌써 등과 엉덩이에 난 땀띠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급행좌석버스인 02번은 ‘나주혁신도시’ 택지조성 계획 당시 교통정책의 일환으로 무등산-시청-터미널-금남로-송정역-혁신도시 등을 거치는 총 41.6㎞ 길이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혁신도시에 공기업과 아파트 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도 덩달아 증가했지만, 정작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한 실정이다.

앞서 버스기사들은 휴식권 보장을 위해 휴게시설 설치 등 민원을 구두로 광주시에 제기했으나 최소한의 휴게시설조차 없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방치돼 오고 있다.

여기에다 하루 수백명 시민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에도 제대로 된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해 졸음운전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광주시와 나주시 등 행정당국에서는 02번 버스 종점이 행정 관할 지역이 아니라며 서로 업무를 떠넘기는데 급급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혁신도시에서 쉬는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잘 알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 택지조성 계획 당시 교통정책이 잘못 돼 발생한 일”이라며 “몇 차례 개선을 하려 나주시에 부지선정, 건물 인·허가와 전기·수도 등 시설 설치 협조를 구했지만 나주시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시내버스가 계속된 적자로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준공영제를 도입했고 광주시는 예산 지원·노선 편성 업무를 담당한다”면서 “승무사원을 위한 휴게실 확보와 부지 선정 등 전반적인 운영은 운송사업조합의 의무다”고 밝혔다.

반면, 나주시 관계자는 “지난 4월이 돼서야 처음 광주시로부터 02번 버스 휴게실 관련 문의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최소한의 계획도 없이 ‘주변에 공실이 있느냐, 주변에 가설건축물을 세울 만한 부지는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광주시는 한 번이라도 현장을 방문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의전화가 온 당시 휴게실 설치를 위해 광주시에 담당부서를 연결시켜줬지만 그 이후로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행정구역만 나주라 전반적인 인·허가 업무만, 이곳에서 담당할 뿐 광주버스 승무사원의 처우 개선은 광주시와 운송조합의 몫이다”고 밝혔다. /홍승현 기자
홍승현 기자         홍승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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