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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부은 돈만 1조 넘어…기억에선 ‘가물가물’

F1대회 중단 이후 잊혀져 가는
전남 최대 체육·관광문화 시설
직업체험관 등 활용안 잇단 좌초
무성한 잡초 등 관리조차 부실
기업유치 등 미래형 자동차밸리 조성도 난망

2022년 06월 26일(일) 18:41
지난 2014년 F1대회 중단 이후 이렇다할 활성화 방안을 찾지 못해 예산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모습. /임채민 기자
■숨죽인 ‘지역 자산’ 다시 깨우자

6.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상) 활용 실태



[전남매일=임채민 기자] 지난 20일 찾은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서킷 초입 주차장은 휑하니 비어있었고 인근 부대시설에도 오가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대시설 중 하나인 생활야구장은 덩그러니 놓인 벤치와 컨테이너가 전부였다. 오랜 시간 관리가 되지 않은 듯 무성하게 자란 풀 때문에 바닥 라인마저 가려져 야구경기장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 바로 옆 오토캠핑장 역시 문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고, 입장하기 위해서는 사무실로 연락하라는 안내문만 나부낄 뿐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오래전 경주장 내부 버스주차장으로 활용했던 곳은 진입 금지 표시와 구조물로 도로가 막혀있었고, 자전거 도로와 인도, 차도는 뒤덮인 잡초들로 더는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표지판 또한 색이 바래고 찢겨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인근 지역 주민 김모씨(41)는 “오토바이 라이딩을 하고 땀을 식히기 위해 국제자동차경주장을 종종 들르지만 올 때마다 찾는 이가 없어 관광체육시설인지 의문이 든다”며 “동네 근린공원보다 찾는 이가 없으니 너무 안타깝다. 이렇게 크고 넓은 시설을 방치하지 말고, 활용할 방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길을 돌려 찾은 서킷 내부는 더욱 처참했다. 방문객들이 경주를 관람할 수 있는 관람석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입구부터 오랜시간 방치된 듯 부서진 보도블록과 거미줄, 무성히 자란 풀들이 가로막아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포뮬러 원(F1) 경기의 시작과 끝을 반기던 한옥 구조물의 외부는 비교적 깨끗했지만, 내부는 심각했다. 새들의 분변으로 인해 바닥은 오물 천지.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고 철근 구조물 등이 곳곳에 방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난 2010년 개장한 KIC는 국내 최초 F1 규격에 맞춘 서킷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하지만 F1 대회가 중단된 이후 매년 쌓이는 적자와 콘텐츠 부족 등으로 인해 전남의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란 오명을 쓰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년 간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 떨어지는 접근성과 사실상 전무한 볼거리, 즐길 거리 등으로 안정적 운영과 활성화까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조성 현황

영암군 삼호읍 일원에 조성된 KIC의 총면적은 180만7,000㎡. 이중 경주장은 총면적 1,853㎡에 트랙길이 5,615㎞, 관람석 11만8,351석으로 구성됐다. 경주장 건설에 소요된 사업비만도 부지 매입비(287억원)를 포함해 총 4,572억원(국비 728억원, 특별교부세 110억원, 도비 3,447억원)에 달한다. 경주장에는 F1블록 21동, 상설블록 4동, 기타 42동 등 총 65동이 들어섰고, 각 블록에는 메인 그랜드 스탠드, 레이스 컨트롤 빌딩, 미디어 센터, 엔트런스 빌딩, 메디컬센터, 카트경기장, 오토캠핑장 등이 입주해 있다.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개최된 F1대회에 쓰인 사업비는 경주장 건설비를 포함해 대회 운영비(1,097억), 개최권료(1,675억) 등 모두 9,039억원에 이른다.

또 대회가 끝난 이후 관광객 등을 위해 2014년 조성한 생활야구장에 7억원(국비 3억5,000만원, 도비 3억5,000만원), 2017년에 만든 제 2서킷 52억 8,200만원(국비 15억8,500만원, 도비 36억9,700만원) 등 KIC에 소요된 예산만 지금껏 9,129억8,2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올해 총 73억원을 들여 드라이빙센터, 네트어드벤처, 드론연습장, 짚와이어, 발물놀이터 등을 조성해 안전점검을 마친 후 오는 10월부터 개장할 예정이다.

그나마 전남도가 경주장 인수 당시 발생한 지방채(2,848억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모두 상환했다. F1 경주장은 대회운영법인이자 소유주인 ‘카보’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경주장 건설을 위해 일으켰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상환능력이 사라지자 전남도가 ‘카보’ 부채를 떠안고 인수했다.

경주장 취득 당시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이라는 조건으로 지방채 1,980억원을 발행했는데, 거치 기간이던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저금리로 갈아타는 방식을 통해 750억원을 상환했다. 이후 남아있던 1,230억원은 2021년 8월 모두 상환을 완료했다.



◆12년간 뭘 했나

전남도와 영암군, 전남개발공사는 F1대회 이후 여러 사업을 구상했다. 각종 대회 유치와 부대시설 조성, 튜닝밸리사업 등이 대표적이지만, 12년이 흐른 지금 딱히 내세울 성과는 없다.

경주장의 경우 쉴 새 없는 가동에도 불구, 유지조차 버거운 형편이다. 전남도의 지난 4년 경주장 가동일 현황을 보면 2018년에는 국제대회인 아시아 모터스 카니발 3일, TCR아시아 3일을 포함해 280일 가동됐고, 2019년에는 아시아 모터스 카니발 3일, 한중일슈퍼챌린지 2일을 포함해 287일, 2020년에는 국제대회 없이 235일, 2021년에는 아시아 모터스포츠 카니발 3일을 포함해 243일 가동됐다. 혹한기, 혹서기, 시설 보수기간을 제외하고는 90% 이상 가동률을 보였지만 운영 수익은 8억원에서 많게는 11억원이 전부다.

경주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한 해 평균 32억원 가량. 하지만 경주장 대여 등 자체 수입은 연간 30억여원에 그치며 적자 운영이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 2017년 수입은 31억1,300만원, 지출은 32억5,300만원으로 1억4,000만원의 운영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2018년에는 1억7,500만원의 운영이익을 냈지만, 2019년 다시 1억6,100만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이후 2020년(-7억600만원)과 2021년(-4억3,400만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운영손실 규모가 더욱 커졌고, 이로 인해 시설보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궁색한 지경까지 몰린 상황이다.

전남도의회 조옥현 의원은 “몇 년 전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에 방문한 적 있지만, 그때는 더욱 심각했다”며 “안내판들은 모두 색이 바래고 찢겨 정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어 사진을 직접 찍어 경주장 측에 보수 요청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운영적자에 더해 즐길거리, 볼거리 등 콘텐츠 부족은 방문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19만2,803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경주장 방문객은 2017년 18만1,270명, 2018년 14만3,115명, 2019년 12만9,231명으로 해마다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4만780명)과 지난해(5만5,132명)는 방문객이 급감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토캠핑장 운영수익은 2017년 1,537만원에서 2019년 1,180만원으로, 오프로드 경기장은 2017년 704만원, 2019년 316만원으로 감소했다. 야구경기장은 2017년 361만원에서 2019년 99만원에 그쳤다.

야구동호인 한모씨(38)는 “영암군에 경기장이 조성돼 있다 해서 사전확인차 방문했다”며 “다른 팀과 경기를 꾸준히 잡을 경기장이 필요했지만, 이렇게 관리가 안 돼 있으니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돌아섰다.

전남도가 내놓은 어설픈 계획으로 되레 경주장 활성화에 찬물만 끼얹는 사례도 적잖다.

전남도는 지난 2019년 44억원을 들여 F1대회 상징격으로 팀원들이 머물렀던 팀빌딩을 유스호스텔, 패독은 직업체험관으로 각각 개조해 활용한다는 방안을 세웠다. 하지만, 지역 내 청소년 수련관이 이미 다수 존재하고 청소년 인구 감소에 따른 운영수익 악화 가능성이 제기돼 사업 추진이 보류됐다. 직업체험관 역시 전남지역 내에 존재하는 직업체험관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없던 일이 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2018년 지방행정발전연구원에 맡긴 용역을 통해 직업체험관은 운영비 과다, 실효성 미흡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유스호스텔 또한 전남에 위치한 청소년 수련원, 야영장 사례를 보며 수지타산을 예측한 결과 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와 취소됐다”고 말했다.

접근성 문제도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대기업 자동차 생산라인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창원 등에 관련 업체들이 집중된 탓에 자동차 성능 테스트 활용도 저조한 실정이다.

고영삼 전 광주 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기업 입장에서도 가까운 곳으로 성능테스트를 보내지 굳이 먼 곳까지 임대료를 내며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콘텐츠가 충분하면 접근성은 문제 되지 않지만, 관광자원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장소마저 외져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대를 모았던 고성능·튜닝 중심의 미래형 자동차밸리 조성사업도 아직까진 체감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F1 서킷내 프리미엄자동차 연구센터에는 자동차 부품을 연구하는 10개의 기업연구소가 들어와 있다. 전남도는 이를 기반으로 2028년까지 2,605억원을 투입해 R&D시설을 비롯한 생산기반 구축을 끝내고 기업유치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지만 현재까지 유치된 기업은 불과 6곳에 그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까지 사업비 1,459억원(국비 775억원, 도비 528억원, 민자 156억원)을 투입해 △차 부품 고급브랜드화 개발(513억원) △튜닝산업 지원시스템 구축사업(418억원) △산업위기지역 미래형전기차 부품개발(326억원) △자동차 부품산업 고도화 지원사업(2억 5,000만원) △튜닝뷰품 선도기업 맞춤형 지원사업(200억원) 등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KIC가 포함된 솔라시도(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삼포지구 개발사업이 미래형 자동차 융복합산업 밸리로 추진되고 있지만, 상하수도 공사 등 기반시설 조성도 더뎌 기업유치가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KIC가 자동차경주와 레이서 등 전문가들의 활용도는 정점을 찍고 있으나 청소년·가족단위 일반인에게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지역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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