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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2022년 07월 07일(목) 16:35
또다시 문화계에서 미투가 터졌다. 10년간 은폐됐던 극단 대표, 연기 지도자 등의 성폭행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광주 문화계가 술렁였다. 다수 보수적이고 위계 문화가 강한 연극계에서 곪았던 것들이 터져버린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제 막 극단에 등단해 꽃을 틔울 준비를 하던 배우들이다.

극단의 최고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극작가이자 캐스팅 권한을 가진 대표 그리고 연기 지도자 등은 자신들의 위력을 이용해 그들의 꿈을 처참히 짓밟았다. 하지만 연기자들은 꿈을 이어가기 위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숨긴 채 참고 버텨야 했다. 그들과의 작업을 피하고자 했지만, 바닥이 좁은 탓에 함께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반복됐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병아리 냉가슴을 앓는 피해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가해자들은 상도 받고 단체의 간부를 맡는 등 광주 연극계에서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문제가 드러나면서 광주연극협회는 지난 4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여성 극단원 성폭력 의혹을 받는 극단 대표 등 회원 3명을 제명했다.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였다. 이들은 이제 한국연극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와 관련 업무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한국연극협회를 포함해 전국 지회의 회원으로도 가입할 수 없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 이들에게도 소명의 기회를 줬지만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협회에서 제명됐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미 광주 연극계에 뿌리내렸기에 권력은 잔존할 것이다. 단순히 협회 회원에서 제명됐다 하더라도 이들이 예술활동을 이어가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테니 오히려 피해사실을 밝힌 이들에게 보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눈 가리고 아웅으로 마무리되어선 안 된다.

피해자들은 이들을 신고했고 이제 경찰 수사가 남았다. 하지만 피해조사를 받는 과정도 우려스럽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데다 성폭력 증거와 진술을 밝히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상처가 깊은 흉터로 남을까 하는 우려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기억해야 한다. 아직 피해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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