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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삼아 시작”...승리 예측 도박 늪으로

월드컵 열기에 불법도박 기승
단속은 커녕 규모 파악도 안돼

2022년 12월 04일(일) 18:32
“월드컵 경기를 보다가 재미삼아 온라인 사설 도박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한 번 시작하니까 헤어나올 수가 없어요. 하루종일 온통 축구 생각 에 업무에도 집중하기 어려워요.”

축구 열성팬인 직장인 A씨(29)는 최근 월드컵 경기 승부 예측을 두고 재미삼아 시작한 불법 스포츠 도박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평소 축구 경기를 자주 챙겨보며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하며 자부하던 A씨는 온라인 사설 도박 사이트에 5만원 가량을 걸었다. 경기 결과를 정확히 적중해 약 3배의 배당금을 받은 A씨는 이후 다른 경기에 더 큰 금액을 걸었다. A씨는 “돈을 잃으면 복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 배당금을 얻으면 공짜로 번 돈이라는 생각에 하루종일 축구 경기만 몰두하고 있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월드컵에 대한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불법 스포츠 도박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월드컵 경기 결과 예측에 성공하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며 광고하는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4일 광주전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2019년 1월~2021년 8월) 동안 광주·전남지역에서 1,019명의 청년(20~39세)이 도박문제 치유서비스를 접수했다. 이들은 평균 4~5년간의 도박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평균 손실금액은 1억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에 빠져드는 연령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광주지역 재학 청소년 중 3.4%(위험군 1.5%+문제군 1.9%)는 도박문제에 따른 시설의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국(2.4%)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남은 1.7%(위험군 1.3%+문제군 0.4%)로 집계됐다.

합법 대비 불법도박 비율은 2019년 94.3%, 2020년 95.5%, 2021년 96.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불법도박 중 스포츠 토토 등 온라인 도박의 빈도는 2019년 705건에서 2020년 803건, 2021년 980건으로 급증했다.

국내에서는 공식 사이트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불법이지만 온라인 사설 도박 사이트는 ‘해외 합법 사이트’ 등의 문구로 합법인 것처럼 유인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공식 사이트와 달리 성인인증 절차가 없어 온라인 사설 도박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같은 사이트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IP를 두고 있을 뿐더러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아 ‘먹튀’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태선 광주전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예방치유팀장은 “불법 스포츠 도박은 합법 도박 대비 배당률이 높고 베팅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이용률이 현저하게 높다”며 “온라인 불법 사이트는 단속이 어렵기 때문에 ‘먹튀’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도박한 사실이 알려질까봐 신고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 시즌이면 도박을 시작하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2~3년 후에 발생하기 때문에 규모 파악이 어렵다”며 “재미삼아 시작했다가 자칫하면 중독될 수 있어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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