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냥 좋고 얼떨떨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겠습니다. 어떤 역할을 맡든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개인 훈련을 위해 지난 9일 미국으로 출국한 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21)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이의리는 지난 4일 KBO가 발표한 2023 WBC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30인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 이어 2번째 태극마크다.

출국 직전 연락이 닿은 이의리는 “2년전 도쿄올림픽을 떠올리니 그때 느꼈던 부담감이 생각난다. 대표팀의 무게감이 크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이겨내겠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2021년 KIA의 1차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의리는 데뷔시즌 19경기(94⅔이닝)에 나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61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또한 빠른 볼과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왼손 투수라는 이점을 살려 도쿄올림픽에서 2경기 선발 등판, 모두 5이닝 동안 탈삼진 9개씩 기록하며 국제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흔히 우려하는 ‘2년차 징크스’도 이의리 앞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21년 데뷔시즌에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2년 차인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10승’도 달성했다. KIA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해 29경기(154이닝)에서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86을 마크했다.

특히 선발 투수의 덕목인 ‘이닝 소화력’을 증명해 주목받았다. 데뷔시즌에는 보호 차원에서 100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지난해는 무려 154이닝을 던지면서 단숨에 규정이닝(144이닝)까지 돌파했다.

이의리는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올해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다양한 운동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데 특히 투구폼 밸런스를 신경쓰고 있다. 구속도 중요하지만 첫번째가 제구다.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에서 내세울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묻자 구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내 강점은 구위다. 아직까지 WBC 명단에 들었다는 게 얼떨떨하지만 이런 내 강점이 대표팀에 소집된 이유이지 않을까”라면서 “기대가 많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가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도 든다. 어떤 역할을 맡든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BC 타자 가운데 반드시 잡고 싶은 상대에 대해서는 “딱히 정해두지 않았다. WBC는 워낙 유명한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같은 구장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며 “상대 타자를 의식하기보다는 내 공에만 집중하겠다. (내 공만 던진다면)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타자에 친화적인 도쿄돔에서도 크게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투구에 집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야구장은 다 똑같다. 의식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 한 구 한 구 집중하면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의리는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팬분들 덕분에 긴장감 속에 잘 던지고 부담감도 다스릴 수 있었다. 올 시즌도 조급해하지 않고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치는 게 목표다. 좋은 경기력으로 KIA 팬분들께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