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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의 씨네코뮌 <3>일상 예찬

재생으로서의 비디오, 기록으로서의 비디오
비디오 기능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전
광주서 ‘비디오’ 연관 두개 전시 개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원초적 본색’
시립미술관 ‘요나스 메카스 특별전’

2023년 01월 26일(목) 18:26
요나스 메카스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비디오는 ‘재생되는 이미지’라는 단어 자체의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매체로서의 비디오가 가지는 ‘기록’의 속성도 포함되는 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났을지 생생하게 그려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관용구처럼 사용되어 왔던 이 말은 개그맨 박세민이 만들어 유행시켰다고 전해지며,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그만의 해학이 담겨 있다.

요즘은 ‘안 봐도 유튜브’, ‘안 봐도 넷플릭스’라고 말한다지만, 비디오가 가진 재생, 기록의 기능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완전히 가정 내에 침투되었음을 의미한다. 90년대까지 가정 내에서의 비디오는 비디오테이프(VHS)라는 재생적 기능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지만, 소니(SONY)의 포터백카메라가 등장하면서 ‘홈비디오’라는 기록으로서의 기능도 활발해졌다.

요나스 메카스의 안티영화 100년 선언 영상 이미지
현재 광주에서는 ‘비디오’와 연관된 두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하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 중인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며, 다른 하나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요나스 메카스+백남준: 나의 친애하는 친구들에게’다. 전자가 재생으로서의 비디오를 말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기록으로서의 비디오를 의미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전시는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으로, 요나스 메카스를 말할 때 여러 수식어들이 있지만, 홈비디오를 예술로 승화시킨 영화감독을 거론할 때 빠트릴 수 없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요나스 메카스 작품 ‘월든’ 이미지
요나스 메카스는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고국을 망명하였지만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강제노동수용소에 갇히고, 전쟁 이후 UN 난민수용소에 머물다가 1949년 미국에 안착한 이후 문화예술 다방면에서 활동하다 2019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작고한 날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아트포럼, e-flux 등의 일간지, 월간지에서 ‘실험영화계의 대부가 떠났다’며 특집기사들을 실었고, 이후 뉴욕근대미술관(MoMA), 영국 테이트모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등에서 회고전들이 개최되고 있다.

요나스 메카스와 앤디 워홀
국내에서도 5년 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고, 메카스가 90세를 맞이했던 해에도 퐁피두센터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가 개최된 것만 보더라도 영화감독으로서의 메카스가 영화라는 고유영역을 넘어 미술계와 예술전반에 끼친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실험영화’라는 장르를 탈장르, 트랜스장르로 확장시키며, 영화와 미술의 매개자로서 예술 간 영역들의 융합을 실험하고 시도했던 플럭서스 운동의 중심인물이기도 하다.

메카스의 주변에는 늘 그와 예술철학을 공유하는 동료들이 있었고,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고자 했던 그의 작품들 안에는 백남준, 앤디워홀,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등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요나스 메카스. 뒤의 건물은 그가 설립한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영화 시네마테크 중 하나.
그는 모든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했고, 그 순간의 기쁨, 떨림 등의 감정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내며 60년 이상 일기영화 형식으로 기록해나갔다. 영화탄생 100년의 해에 메카스는 “안티 영화 100년” 선언문을 발표했다. 하나님이 그림, 시, 음악 등의 창작물을 축하하여 100년 전 추가로 카메라를 선물했으나 이를 시기한 마귀가 카메라 앞에 돈 가방을 쥐어줬고, 그로부터 25년 후 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아방가르드 영화제작자들을 탄생시켰다며 이들의 이름들을 나열하는 풍자 섞인 내용이었다.

메카스는 이 선언문을 ‘영화는 100살이 아니다’라는 3분짜리 영상으로도 만들었고, 영상 속에서 “영화는 아직 젊다” 라며, 영화의 역사를 거부하는 자신 앞에 “테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속 ‘나폴리의 춤’을 배경으로 춤추는 장면들이 나온다. 항상 세속적이고 물신적인 예술을 비판하며 살아있는 영화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노장의 간절함이 묻어 있어 영상을 보고나면 어딘가 씁쓸함이 남는다.

또 새해가 시작했다. 늘 일상을 예찬하며 충만한 삶을 살다 간 메카스가 더욱 그리워진다. 아직 ‘요나스 메카스’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들, 그리고 그의 삶이 궁금한 분들은 광주시립미술관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요나스 메카스 작품 ‘파괴 사중주’ 이미지
작품 브로드웨이 491번가 광주시립미술관 전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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