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약자들의 목소리 작품에 녹여내겠다" <예술인의 방> ⑥박화연 작가 |
| 2023년 03월 26일(일) 17:28 |
|
“개인적으로 작가의 역할은 발굴하고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적 영역 안에서 녹여낸 약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여다봐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화연 작가(33)는 광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리랜서 작가다. 박 작가는 학대받거나 유기된 동물 그리고 억압받은 노동자와 같은 약자의 목소리를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등으로 담아내고 있다.
박 작가에게는 또 하나의 직업이 있다. 복합예술공간 ‘지구발전오라’의 일원으로서 광주에 정착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작가들을 돕고있다. 박 작가는 “지구발전오라는 지난 2015년 지역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서 문을 연 복합예술공간이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근무하며 지역작가들이 예술활동을 잘 펼칠 있도록 도움을 주고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소외’ 그리고 ‘약자’에 관심이 많다. 과거 본인 또한 약자라는 생각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자신의 모습에서 출발한 약자에 대한 관심은 버려진 쓰레기와 학대받는 동·식물 그리고 사람까지 대상을 확장했다. 한국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초기 회화 작업에서 벗어나 영상과 설치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약자들의 목소리를 포착하고 있다.
박 작가는 “저 또한 여성이고 사회적인 권위도 없어 약자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힘없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쓰레기 봉지 안에 갇혀서 버려지는 동물도 많이 목격했던 경험도 있었던 터라 그 점을 회화로 묘사하며 문제의식을 던졌다. 대인시장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기획자들과 영상작업도 하며 회화 뿐만 아닌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됐는데 억압받고 소외받은 대상을 영상과 설치 미술을 활용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의 주요 개인전과 단체 등을 살펴봐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메시지를 살필 수 있다. 지난 2015년 처음 선보인 개인전 ‘간직하고 싶은 순간’에서는 잊혀진 순간과 사라져 버린 풍경에 주목한다. 이후 2017년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버려진 녹슨 철, 죽은 나무, 자물쇠로 만든 ‘In the Cage’의 설치 작품을 통해 전봇대나 건물 귀퉁이에 방치된 화분 속 식물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식물을 바라본다. 이후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행하는 비상식적인 처우를 꼬집는 목소리로 더 확장한다.
2018 광주비엔날레에서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참상 이후 유가족의 현재적 아픔을 다룬 아카이브 작품과 영상을 선보였다.
박 작가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5·18을 다룬 것은 아니다. 억압당하는 존재를 주제로 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유치원에서 망월동 묘역으로 견학 갔을 때 봤던 멍들고 찢긴 희생자들의 사진이 떠올랐다. 두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케이지 작업과 연결해 유족의 구술과 사진 등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열린 ‘도시직조 WeavingLab.’에서는 일신방직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공간 속을 배회하고 굴러다니는 실타래를 통해 노동의 형태가 여성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박 작가는 “우연히 앨범을 보다가 엄마가 부산 신발공장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의 그런 삶이 발판이 돼 씨앗이 되고 그 돌봄 속에 성장했지만, 정작 그삶을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일신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부당했던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 관심이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 박 작가는 사북항쟁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북항쟁은 1980년 4월 21~24일 국내 최대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 사북영업소 광원과 가족 등 6,000여 명이 어용노조와 열악한 근로환경에 항거, 나흘간 정선 사북읍을 점거한 사건을 말한다. 현재는 사북항쟁과 5·18를 연결하는 작업을 풀어내는 전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박 작가는 “그간 작업을 하며 깨닫게 된 점은 사북과 5·18은 고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과 사회의 시선에 의해 고립됐던 헤아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결사항전으로 저항했던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울림으로 와 닿았다”며 “앞으로도 작업을 통해 이 울림들이 더욱 멀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또 그 안에서 제가 느낀 다양한 감각을 대중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에 남아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박 작가는 “지역에서 외면받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기 때문이다” 며 “지역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앞으로도 약자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박화연 작가(33)는 광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리랜서 작가다. 박 작가는 학대받거나 유기된 동물 그리고 억압받은 노동자와 같은 약자의 목소리를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 등으로 담아내고 있다.
박 작가에게는 또 하나의 직업이 있다. 복합예술공간 ‘지구발전오라’의 일원으로서 광주에 정착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작가들을 돕고있다. 박 작가는 “지구발전오라는 지난 2015년 지역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서 문을 연 복합예술공간이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근무하며 지역작가들이 예술활동을 잘 펼칠 있도록 도움을 주고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소외’ 그리고 ‘약자’에 관심이 많다. 과거 본인 또한 약자라는 생각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자신의 모습에서 출발한 약자에 대한 관심은 버려진 쓰레기와 학대받는 동·식물 그리고 사람까지 대상을 확장했다. 한국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초기 회화 작업에서 벗어나 영상과 설치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약자들의 목소리를 포착하고 있다.
박 작가는 “저 또한 여성이고 사회적인 권위도 없어 약자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힘없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쓰레기 봉지 안에 갇혀서 버려지는 동물도 많이 목격했던 경험도 있었던 터라 그 점을 회화로 묘사하며 문제의식을 던졌다. 대인시장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기획자들과 영상작업도 하며 회화 뿐만 아닌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됐는데 억압받고 소외받은 대상을 영상과 설치 미술을 활용해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의 주요 개인전과 단체 등을 살펴봐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메시지를 살필 수 있다. 지난 2015년 처음 선보인 개인전 ‘간직하고 싶은 순간’에서는 잊혀진 순간과 사라져 버린 풍경에 주목한다. 이후 2017년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버려진 녹슨 철, 죽은 나무, 자물쇠로 만든 ‘In the Cage’의 설치 작품을 통해 전봇대나 건물 귀퉁이에 방치된 화분 속 식물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식물을 바라본다. 이후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행하는 비상식적인 처우를 꼬집는 목소리로 더 확장한다.
2018 광주비엔날레에서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참상 이후 유가족의 현재적 아픔을 다룬 아카이브 작품과 영상을 선보였다.
박 작가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5·18을 다룬 것은 아니다. 억압당하는 존재를 주제로 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유치원에서 망월동 묘역으로 견학 갔을 때 봤던 멍들고 찢긴 희생자들의 사진이 떠올랐다. 두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케이지 작업과 연결해 유족의 구술과 사진 등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열린 ‘도시직조 WeavingLab.’에서는 일신방직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공간 속을 배회하고 굴러다니는 실타래를 통해 노동의 형태가 여성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박 작가는 “우연히 앨범을 보다가 엄마가 부산 신발공장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의 그런 삶이 발판이 돼 씨앗이 되고 그 돌봄 속에 성장했지만, 정작 그삶을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일신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부당했던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 관심이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 박 작가는 사북항쟁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북항쟁은 1980년 4월 21~24일 국내 최대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 사북영업소 광원과 가족 등 6,000여 명이 어용노조와 열악한 근로환경에 항거, 나흘간 정선 사북읍을 점거한 사건을 말한다. 현재는 사북항쟁과 5·18를 연결하는 작업을 풀어내는 전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박 작가는 “그간 작업을 하며 깨닫게 된 점은 사북과 5·18은 고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과 사회의 시선에 의해 고립됐던 헤아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결사항전으로 저항했던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울림으로 와 닿았다”며 “앞으로도 작업을 통해 이 울림들이 더욱 멀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또 그 안에서 제가 느낀 다양한 감각을 대중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에 남아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박 작가는 “지역에서 외면받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기 때문이다” 며 “지역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앞으로도 약자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
|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