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광주시가 낙후된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재정 부담 등 악재가 겹치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의료원의 경우 낮은 경제성으로 설립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인 서남권 원자력의학원은 다른 현안에 밀려 추진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30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2026년까지 서구 상무지구 도심융합특구 내 2만5,000㎡에 350병상 규모의 광주의료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인 울산의료원 건립 사업이 최근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광주의료원 설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광주와 울산에만 지방의료원이 없다는 점과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강조해 왔던 광주시는 울산의료원의 예타 탈락에 비상이 걸렸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기준치를 넘기기 어려운 공공의료원 특성을 고려하면 광주의료원은 울산의료원과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의료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검토, 기획재정부 재정사업 분과위원회 평가 등을 거쳐 오는 8월께로 예상되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타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울산의료원 사례를 볼때 광주의료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전망은 어둡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공병원은 단순히 경제성 논리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국민 건강권 확보와 의료 공백 해소를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인 서남권 원자력의학원 설립도 좀처럼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서남권 원자력의학원을 지역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공공의료 서비스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졌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1억8,000만원을 들여 빠르면 6월 서남권 원자력의학원 설립 타당성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

앞서 개원한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중입자가속기 치료기 국산화 연구 실패와 기종 변경 등으로 수천억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됐다는 점에서 정부는 서남권 원자력의학원 설립 추진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지난해 대선 직후 서남권 원자력의학원 설립 추진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정부 예산에 관련 타당성조사 용역비조차 반영시키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부재는 지역민들의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부채질해 광주지역의 경우 연령표준화 사망률, 중증도 보정사망비 등 각종 의료지표가 수도권에 비해 매우 높은 실정이다. 또 인구 1,000명당 응급실 이용자수는 321.1명으로 광역시 중 가장 많으며 응급실 이용자 중 중증 응급환자비율도 16.3%에 달해 응급의료안전망 추가 구축도 절실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암 치료 진단 기관 등 상급 의료 기관은 수도권과 경남권에 편중돼 있어 지역민들은 의료적 해택을 보지 못해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두 시설은 열악한 광주·전남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정부 부처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문제 등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치권·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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