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촉박한 공사기간·비용 아끼기 꼼수가 참사 불렀다

학동 참사 2년, 이젠 바꿔야 한다 - <상> 안전불감증
붕괴사고 이후 건축안전센터 도입
낮은 처우에 인력난…실효성 의문
상주감리제도 구조적 문제로 한계
건설노조 “잘못된 관행 해결해야”

2023년 06월 06일(화) 17:38
2021년 6월9일 오후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쳐 119구급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전남매일 DB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오는 9일 2주기를 맞는다. 학동 붕괴참사는 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 등 업계에서 수십년간 관행처럼 이어지던 고질적 병폐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였다. 참사 이후 상주감리제와 지역건축안전센터 의무 설치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가 도입됐지만 깊숙이 뿌리박힌 병폐를 근절하기 위한 수십개의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본지는 학동 붕괴참사 2주기를 앞두고 세 차례에 걸쳐 재발 방지 대책의 현주소와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광주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계기로 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건설현장 곳곳에서는 ‘참사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사고 이후 처벌 강화 등 재발 방지책이 마련됐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부재한 탓에 ‘선 사고 후 조치’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광주시 동구에 따르면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철거 작업은 사고 발생 1년 5개월만인 지난해 11월에 재개됐다. 현재 명도소송을 밟고 있는 구역 내 건물 4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건축물 철거가 완료됐다.

앞서 붕괴참사의 직접 책임자와 비위 행위자를 밝히기 위해 꾸려진 수사본부는 500여 일간의 조사 끝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 브로커 등 35명을 검찰에 송치하며 지난해 10월 수사를 마무리했다.

사고 이후 철거 현장 상주 감리 배치를 의무화한 ‘상주감리제’가 도입됐으며 해체감리자 지정 자격 강화 등 안전 의무를 강화한 관련 법령과 규정이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건축법 개정에 따라 지자체는 건축·철거 공사장 안전 점검, 감리자 관리·감독, 기존 건축물 안전관리 지원 등을 수행하는 전문인력을 배치하도록 지역건축안전센터 설립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건축주가 감리자를 지정하는 구조적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건축허가 5만5,417건 중 4만4,401건(80%)은 건축주가 직접 감리인을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용역 수주를 위해 건축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감리자는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고 사실상 ‘공사중지 요청 권한’이 무력화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설립된 지역건축안전센터 역시 인력난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구 지역건축안전센터는 동구 건축과장이 센터장을 겸임, 건축사·기술사 등 2명의 실무자로 구성돼 지난해 4월 신설됐다.

하지만 전문인력의 평균 연봉에 미치지 못하는 처우로 인해 현재 실무자 1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2일까지 모집한 채용공고에도 1명만이 지원하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이준상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조직국장은 “지역 내 연이은 붕괴사고 이후 대규모 건설현장 안전관리대책이나 감리자 점검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나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시공사는 공기를 맞춰야 한다고 작업자들을 압박하는데, 안전 조치로 인해 작업이 지연될 경우 무리한 공사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수십년동안 건설현장의 뿌리 깊은 관행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관리·감독하는 제도만 강화됐기 때문이다”며 “안전하게 시공 또는 철거할 수 있는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금액을 법적으로 규제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등 잘못된 관행과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린 기자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