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판타시아(Phantasia)에서 유래된 판타지(Fantasy)는 상상과 순간적인 충동의 의미를 갖고, 악상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바로크시대 바흐나 고전시대인 모차르트, 베토벤도 환상곡의 표제를 갖는 작품을 완성했지만 낭만주의 시대 쇼팽, 베를리오즈, 슈만, 멘델스존 이후 작곡가들을 통해 환상곡의 형식의 자유로움과 음악적 표현은 확대됐다. 환상곡의 성격을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즉흥적이고, 악상이 자유롭게 확장되며 작품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 배경

환상곡 작품 49는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 1810~49)이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76)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1841년 노앙에서 작곡됐다. 당시 쇼팽은 심리적 안정기로 피아노 소나타 2번 작품 35, 전주곡(Preludes) 작품 28 등 많은 대작을 완성했다. 리스트는 “쇼팽이 조르주 상드와 다툼과 화해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아래와 같이 작품의 시작은 상드가 조용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표현(1, 2마디)하고, 뒤이어 “들어오세요”라고 쇼팽이 응답(3, 4마디)하며 둘의 상황을 묘사하며 시작된다.

쇼팽 전기 작가 프레드릭 니크스(Frederick Niecks, 1845~1924)에 의하면 “쇼팽의 가장 뛰어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소나타와 협주곡처럼 정해진 형식에 방해받지 않고, 작곡가가 그의 상념을 완전히 자유롭게 펼치고 있다. 심장 속까지 격해진 인간의 억제하기 힘든 토로처럼 헤아릴 수 없는 애정과 동경으로 가득 채워진 채 음악은 우리들의 귀에 전해져 온다. 작곡가가 허약하고 병든 몸이라는 사실을 그 누가 눈치챌 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특징

쇼팽은 작품에 ‘환상’을 붙인 곡을 모두 세 곡을 완성했다. 환상곡 작품 49, 즉흥 환상곡 작품 66, 환상 폴로네이즈 작품 61은 그의 생애에서 중기 이후 작품으로 피아노에 완숙함은 물론 앞서 설명한 환상곡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쇼팽 환상곡 작품 49는 그의 첫 번째 환상곡으로 앞서 작곡된 세 곡의 발라드와 비슷한 서사적인 특징과 벗어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발라드가 6박자의 복합 박자를 사용한 반면 환상곡은 4박자, 3박자, 2박자 등 다양한 박자를 통해 서사적인 흐름을 뛰어넘어 환상적인 다양함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불어 쇼팽의 기존의 작품들과 같이 서정적이며 피아노 기교와 표현에 있어서 예술적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바로크 시대 음악의 대가인 바흐가 일찍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를 통해 조성의 모호함과 다양한 화성 진행을 보여주고 있듯이 쇼팽도 다양한 프레이즈와 화음 전개를 통해 조성의 한계를 넘어 화려한 음악적 전개를 담아내고 있다. 작품은 1841년 출판되고, 카트린 드 소우조(Catherine de Souzzo, 1804-59) 공작부인에게 헌정됐다.

낭만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 환상성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에 환상이라는 제목이 더해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시간적, 순간적 환상성을 가미하고 있다. 쇼팽가 조르주 상드 가운데 어떤 일로 다툼이 발생되고, 무엇을 이야기하며 화해했을까 상상해 본다. 낭만 음악의 본질인 상상을 더욱 확장해 볼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 삶 가운데 상상력으로 안 되는 것이 있을까 싶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고, 현실 불가능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공상 과학 영화도 과거 상상에서 기원이 되고, 비행기나 컴퓨터와 같이 현재 우리 삶의 유용한 과학 소재가 상상에서 비롯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가끔은 복잡은 삶에서 환상을 꿈꾸며 음악을 듣는 것이 현재의 무거운 머리를 가볍게 해 줄 약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고, 효과가 아닌가 싶다.

쇼팽 환상곡 작품49 자필 악보

쇼팽 환상곡 작품49 중 반음계적 선율 악보

쇼팽 환상곡 작품49 중 반음계적 선율 악보

조르주 상드

카트린 드 소우조(환상곡 작품49 헌정자)

쇼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