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농업협동조합이 로컬푸드직매장 건립을 위해 매입한 부지와 관련해 논란(본보 2월 21일자 7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조합 소속 감사 직위 박탈을 놓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과 조합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이사회의 ‘조합원 탈퇴 안건’ 의결 과정에서도 각종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24일 광주 A 농협 조합원 등에 따르면 A 농협은 최근 이사회에 ‘조합원 신규 가입 및 조합원 탈퇴’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약 4개월간 1,700여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격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A 농협은 지난달 28일 탈퇴 예정 조합원 73명의 명단을 이사회에 제출했고, 해당 조합원들에게 탈퇴 예고 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조합 측은 이사회가 열린 지난 22일 탈퇴 예정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심사 등을 거쳐 17명을 회생시켰고, 나머지 56명은 탈퇴 대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합 소속 B 감사를 탈퇴 명단에 포함, 최종적으로 탈퇴 대상자는 57명으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은 B 감사에게 소명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이사회 의결을 거쳐 탈퇴로 처리한 것은 관련 지침을 무시한 처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B 감사는 조합원이기 이전 감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정관에 따라 제명하려는 경우에는 총회 개회 10일 전까지 그 조합원에게 제명의 사유를 알리고 총회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사회에 명단을 제출하기에 앞서 B 감사는 탈퇴 예정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더러 제명의 경우 절차상 까다롭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조합원 탈퇴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B 감사는 “갑자기 탈퇴 예정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당황했다”며 “일반 조합원도 아니고 감사 직책을 가지고 있는데 탈퇴로 처분한 것은 불합리하고, 정관에 보면 1주일 전에 탈퇴를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조합 측에서는 적절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소명 기회를 달라고 항의한 이사가 다른 이사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과정에서 목을 다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최근 국민신문고에 조합원 자격 요건이 없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정관에 따라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 결격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C 조합원도 “지난 1월 16명 감사 선거 후보등록 당시 조합원 자격에 관한 제출서류 심사에서 B 감사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최근 A 농협 50주년 행사비와 관련해 의문을 제기해 조합 측에서 B 감사를 탈퇴시키고자 고의적·계획적으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감사들은 1년에 한 번씩 정기감사만 실시해오다가 B 감사가 상시감사를 한다고 하니 조합 측에서 껄끄러워했을 것이다”며 “B 감사는 또 로컬푸드직매장 건립 관련 고발장을 낸 150여명 조합원의 대표이고, 현 조합장을 상대로 정관 위배에 따른 사외이사 선거무효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내용에 따라 B 감사가 조합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퇴를 시켰다는 입장이다.

A 농협 관계자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결과, 컨테이너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실제 거주하지 않은 주소로 위장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조합원 당연 탈퇴 사유에 해당되고, 주민등록상 거주지라 등록돼 있다 할지라도 불법행위라면 그대로 인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합에서는 B 감사 탈퇴로 결원된 감사를 선출하기 위해 오는 27일 보궐선거일을 지정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A 농협 소속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주 중으로 법원에 ‘조합원 탈퇴’ 무효소송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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