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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 듣는 '80년 5월의 그날'<7> 극단 하땅세

집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5월 기억
'시간을칠하는 사람' 드레스 리허설 현장
엄마 '칠장이' 모녀이야기로 변화
6월 2일까지 서울 라이트 하우스

2024년 05월 22일(수) 18:43
극단 하땅세 단원들이 14일 서울 라이트하우스에서 ‘시간을 칠하는 사람’드레스리허설을 하고있다 /ACC 재단 제공
서울 대학로엔 젊음이 있다. 국내에서 연극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다. 대학로에 터를 잡고 있는 극단 하땅세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본다’는 마음과 ‘하늘부터 땅끝까지 세게 간다’는 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극단 하땅세의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2018년 ACC 5·18 40주년 기념공연 사업을 통해 제작됐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최후항전지였던 ‘전남도청’과 그 건물에 얽힌 ‘칠장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변형 극장인 ACC 극장 1 무대에 올려 색다른 공연 연출로 호응을 얻었다. 극단 하땅세는 2022년 야외극장 버전으로 재창작한 공연을 ACC 재단 유통채널을 통해 밀양, 진주 등 타 지역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최근 극단 하땅세와 ACC 재단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경쟁이 치열한 서울 대학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소극장버전으로 재창작된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관객과 더 가까워진 느낌을 던져줬다. 14일 서울 라이트하우스 열린 ‘시간을 칠하는 사람들’ 드레스 리허설 현장을 찾았다.



소극장 버전으로 재창작된 극단 하땅세의 ‘시간을 칠하는 사람’의 등장인물에는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기존 버전에서는 아버지 칠장이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소극장 버전은 어머니 칠장이와 딸로 시점을 변경했다. 무대도 특별했다. 객석과 작은 무대가 놓은 여느 소극장과는 다르게 아기자기 한 ‘주택’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집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연극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거실은 주무대가 됐고 거실을 중심으로 문 틈새로 보이는 부엌과 화장실 또한 무대 공간으로 사용됐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한 모녀간의 이야기는 편안하고 익숙했다. 집의 공간에서 쓸쓸한 칠장이 모습과 칠장이의 기억들이 펼쳐지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관객은 마치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하고 바라보는 딸의 영혼이 된 기분이 든다.

거실에 덩그러니 놓인 기울어진 탁자와 종이 한 장은 많은 것을 담아낸다.

기울어진 책상은 딸과 수다를 떨었던 지붕이 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참외를 나눠 먹는 책상도 됐다가 도청 안 사무실도 된다. 종이에 그림을 쓱 그리면 칠장이가 딸을 처음 낳아 도청직원들과 행복했던 순간으로 관객을 데려다 줬다. 비가 내리는 상황 바깥에서 들려오는 과일 장수의 음성은 칠장이와 같은 공간에서 동화된듯 한 현실적인 느낌을 던진다. 연극은 5·18을 주제로 담고 있지만, 어느 장면에서도 간접적으로 5·18이라는 단어를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이 직접 극을 보면서 상황을 추론하게 된다. 하나의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한평생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공허함과 헛헛함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는 이를 아리게 한다.

극단 단원들과 윤시중 연출은 직접 5·18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다.

연극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분명하다. 80년 5월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의 현재의 모습이다. 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 등 어느 작품에서 드러나는 계엄군과 시민의 투쟁보다 특정한 사건에 얽히면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며 겪는 슬픔에 관객을 집중시키며 그날의 아픔과 공허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칠장이 역할을 한 문숙경 배우(42)는 “경상도가 고향이라 5·18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연극을 준비하면서 5·18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료를 많이 찾아보며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는 걸 알게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에게 5·18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살아가며 그들을 떠올리는 가족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연출의 의도가 있었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밀려오는 칠장이의 80년 5월 기억과 현재를 통해 아름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딸에 대한 기억을 잘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시중 연출과 극단 하땅세는 ‘시간을 칠하는 사람’ 작품에 늘 새로은 변화를 시도한다는 생각이다.

윤 연출은 “연극의 힘은 은유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은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단원들과도 함께 의견을 나누며 개선해 나가고 있다. 현재 초연 때와 다르게 등장인물과 스토리도 변화하며 다듬어 나가고 있다. 작품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 매일매일을 새롭게 시도해 완성형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공연은 6월 2일까지 서울 라이트 하우스에서 펼쳐지며,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구매 가능하다.

이나라 기자

극단 하땅세 단원들이 14일 서울 라이트하우스에서 ‘시간을 칠하는 사람’드레스리허설을 하고있다 /ACC 재단 제공
극단 하땅세 단원들이 14일 서울 라이트하우스에서 ‘시간을 칠하는 사람’드레스리허설을 하고있다 /ACC 재단 제공
극단 하땅세 단원들이 14일 서울 라이트하우스에서 ‘시간을 칠하는 사람’드레스리허설을 하고있다 /ACC 재단 제공
극단 하땅세 단원들이 14일 ‘시간을칠하는사람’ 드레스 리허설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ACC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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