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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이름표' 착용하라고?…남구 공무원들 "황당하네"

명찰 1,134개 제작 전직원 배부
민원인·업체 구분 패용 권고 지시
조직문화 혁신 ‘헛구호’ 비판도
“의무 아닌 자율, 책임감 갖도록”

2024년 05월 23일(목) 19:56
광주 남구청 전경
광주 남구가 전국 지자체에서 순차적으로 추진 중인 악성 민원인의 ‘공무원 신상털기’ 방지 대책에 대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무원 개인정보를 ‘실명 비공개’로 전환하는 대신 오히려 실명이 적힌 이름표 착용을 전 직원에게 권고한 것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이자 불통 행정의 표본이라는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3일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최근 남구는 구비 948만원을 들여 전 직원 명찰 1,134개를 제작했다.

해당 명찰은 지난 2일 5급 이상 간부공무원에게 우선 배부됐으며, 같은 달 22일 전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직원 명찰은 남구 공무원과 민원인, 다른 업체 직원과의 구분을 위해 제작됐다.

현재 남구청 건물에는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카페와 은행, 편의점, 근로복지공단 등이 입점해있다.

남구는 전 직원이 명찰을 착용하게 될 경우 공무원 신분을 알려 민원인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부서 간의 소통이 강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명찰 패용이 실제 도움이 될지 의문도 적지 않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하고 있는 공무원의 개인정보를 비공개 처리하도록 권고했다.

홈페이지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온라인상에서 신상털기 현상이 벌어지거나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는 사례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김포시의 한 공무원이 도로 보수 공사 후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돼 ‘공무원 신상털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행안부 권고에 따라 광주시는 지난 10일 홈페이지에서 공무원 실명을 비공개 처리했다.

북구는 지난 8일 지역 5개 지자체 중 가장 먼저 비공개로 전환했으며, 광산구와 서구, 남구도 각각 9일과 10일, 13일 홈페이지에서 공무원 실명을 가렸다. 동구도 종합적인 검토 결과 직원들의 악성 민원 대처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음 주 중으로 조치하기로 했다.

내부에서는 남구가 명찰을 제작한 것에 대해 악성민원 예방은 커녕 조직문화 혁신이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구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에서 5개 자치구 중 가장 낮은 등급인 4등급을 받았다.

이중 부정청탁과 갑질 행위 등 부패인식 7개 항목과 부패경험 2개 항목 등으로 측정된 청렴체감도에서는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남구 한 공무원은 “명찰 패용이 자율이라고 하지만 조직 내 분위기 속에서 명찰 착용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증도 있는데 굳이 만들어 놓고 자율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예산 낭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남구지부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명찰 제작을 굳이 왜 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악성민원에 노출되는 것을 떠나 조직 내에서 눈치를 보는 상황에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구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와 업무협약이나 주민들을 만나는 공식행사에 있어 공무원임을 알리는 수단이 필요했다. 명찰을 차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예를 갖추고, 스스로도 책임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명찰 패용은 의무가 아니고 자율이며, 오래 전부터 준비중이었는데 이번 홈페이지 비공개 실명 시기와 맞물린 것 뿐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무원증도 과거부터 수차례 패용을 권고해도 불편하단 핑계만 되돌아온다”며 “이름표는 앞으로 수년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그 안에 20회만 패용해도 들인 예산 이상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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