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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 아이 업고 '헛걸음'…"생명 담보 안돼" 환자들 분통

전남대·조선대병원 교수 30% 휴진
호흡기내과 등 진료과 대기실 한산
지역 의료기관 오후부터 진료 중단
고열·구토 증세 아이 들고 ‘헛걸음’

2024년 06월 18일(화) 19:46
전국 의사들이 집단 휴진한 18일 광주 조선대병원 피부과 입구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태규 기자
“병원 문 닫는 것이 의사 마음이네요. 갑자기 아프면 어디서 치료를 받아야 할지 답답한 마음과 두려움이 앞서네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국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오후 전남대병원(광주 동구 학동).

이날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가 휴진에 들어가자 평소보다 환자들의 발길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병원 내부 벽면 게시판에는 보건의료노조의 ‘환자 생명 외면하는 명분 없는 집단휴진 철회하라’는 성명서가 붙어 있었고, 시민들은 ‘이젠 아플 수도 없겠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호흡기내과 등 일부 진료과 대기실은 환자 없이 텅 비어 있었고, 1층 진료 접수창구 역시 전날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일부 환자들은 집단 휴진일인지 모르고 병원에 왔다가 헛걸음하기도 했으며, 이를 지켜본 의료진들은 ‘진료 중단’ 소식을 안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아과 등 필수 부서의 경우 휴진 없이 진료를 유지해 다른 진료과에 비해 환자들로 북적였다.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한 부모는 “동네 병원 중 소아과도 휴진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병원을 찾게 됐다”며 “일반 병원들도 휴진하고, 문을 연 대학병원에도 의사가 없으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겠냐”고 푸념했다.

다행히 병원 측에서 예약 환자들의 진료 일정을 사전에 조정해 집단휴진 당일 큰 혼란은 없었지만, 예약 없이 방문한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혈압 수치가 높아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한다는 김모씨(71)는 “병원에 의사가 없으면 앞으로 치료는 어떻게 해야될지 걱정이다”며 “정부와 의사들의 싸움에 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걸고 있냐”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서구 화정동의 한 내과 병원 입구에는 ‘오후 휴진’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휴진 사실을 몰랐던 시민들은 병원을 찾았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점심을 먹고 갑자기 아이가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여 급하게 병원을 찾은 김모씨(41)는 굳게 닫힌 병원 문을 보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씨는 “항상 다니던 병원이 휴진 안내 공지 없이 문을 닫는 게 말이 되냐”며 “최소한 병원을 방문했던 환자들에게라도 휴진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게 도리이지 않냐”고 말했다.

광주지역 병·의원 대부분은 이날 오전까지 진료를 했지만, ‘개인사정’이라는 이유로 오후부터 순차적으로 휴진에 들어갔다.

지역 전체 의료기관 1,053곳 중 124곳(11.7%)은 지난주 보건당국에 진료 휴진을 신고한 바 있다.

이날 광주시의사회와 전남도의사회 소속 회원들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상경했다.

광주·전남에서는 각각 170명, 100명의 회원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며, 시 의사회는 총궐기대회 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지역대회를 별도로 열었다.

광주 동구 무등파크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총궐기대회’에는 시의사회 소속 개원의 등 150여명이 참석했고, 행사장 곳곳에는 정부의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미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원점 재검토’가 적힌 마스크를 쓴 의사들은 인터넷 중계로 서울 총궐기대회를 지켜보며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명예회장은 “정부의 의료농단 사태가 100여일 지나면서 대한민국 의료는 붕괴됐지만, 정부는 이 모든 사태를 의사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일방적이고 잘못된 정책 추진에 반대한다.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병원에서는 이날 진료가 예정됐던 교수 87명 중 26명(30%)이 진료 중단에 나섰고, 조선대병원은 60~70명 중 24명(30%)이 집단휴진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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