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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정신계승’ 미래세대가 주도하는 시대 열겠다"

■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창립 30주년’ 비경험세대 이양 작업 본격화
재단 사업 전면 수정, 새로운 콘텐츠 발굴 주력
인재 양성·사업 재구조화 등 중장기 계획 마련
진상규명 불능 과제 추가적 조사 법 개정 필요

2024년 06월 23일(일) 17:09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포부를 밝히고 있다./김태규 기자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올해 기념재단의 역점 사업으로 5·18 비경험 세대로의 전환을 위한 교육 활동 등을 제시했다. 그동안 80년 5월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이 5·18 관련 사업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5·18을 이끌어갈 미래 세대들이 오월 정신 계승의 과업을 이양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십년간 반복된 기념재단 사업들을 전면 수정하고, 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 발굴에 주력하기로 했다. 박 상임이사로부터 앞으로의 5·18 과제와 주요 현안 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5·18기념재단 설립 3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올해 3월 상임이사로 취임한 이후 5·18 44주년 기념행사 준비와 5·18 조사위의 조사결과보고서 대응으로 분주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상은 규명되지 못하고, 피해자들의 아픔 역시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50주년이 되기 전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설립된 5·18기념재단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올바른 정립과 시민공동체 구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인권과 평화운동으로 지평을 확대해 5·18정신의 정체성 확립했고, 청소년 교육사업을 통한 5·18정신의 미래 가치를 정립했다. 또한 5·18 관련 피해자들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30년간 많은 일을 했으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끼고 있다. 취임 후 진상규명 후속 작업, 비경험 세대 등 여러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지난 1994년 학살 책임자 35명을 고소·고발했지만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라는 논리로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했다.

당시 학살 책임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5·18 학살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간사로 활동했다. 옛 전남도청과 서울 명동을 오가며 하루종일 농성하면서 1년여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5·18이 발생했는데, 전남도청 인근에 집이 위치하면서 집회와 상무관 시신 등 계엄군 만행을 눈으로 직접 봤던 것이 책임자 처벌을 위한 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결국 전국민적 운동으로 법을 제정하고 전두환, 노태우 등 책임자들을 단죄했다.

5·18기념재단 총무부장으로 일하면서 ‘자원활동가 제도’를 만든 것도 기억에 가장 남는다.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자원활동가는 5·18민주화운동과 기념사업에 관심있는 광주와 인근 지역 거주 대학생들에게 기획홍보와, 국제연대, 교육문화, 진실조사 등 4개 분야에 거쳐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재단 주요 사업인 5·18인식조사와 선양사업, 교육활동가 양성, 5·18학술대회 등을 직접 참여하고, 5·18기념재단 국제인턴 지원 시 가산점을 주며 국내외 관련 단체 연수지원의 혜택을 부여한다. 당시 해외에 인턴으로 파견됐던 시민들이 사회에 각각 진출해 각자의 위치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볼 때 정말 뿌듯했다.



-시급한 5·18 과제로는 어떤 부문을 꼽을 수 있을지.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어느덧 44년이 됐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정신계승, 손해배상, 명예회복, 기념사업 등으로 구분해 보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많이 있다.

특히 6월 말 제출될 국가 차원의 첫 번째 진상규명 보고서가 진실을 담아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

군경피해 보고서는 500페이지가 넘는 장황한 분량이었다. 하지만, 군인 사망자 중 10여명은 군 작전간 사망한 사건이다. 진압군이 피해자로 불리게 된다면 정작 피해자들에겐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부실한 보고서로 인해 암매장과 실제 피해자들의 피해 규모 파악이 어렵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종합보고서는 5·18 진상규명과 관련한 국가 차원의 첫 보고서인 만큼 재단에서도 책임감이 막중하다.

지난 1997년 대법원의 형 확정판결이 있긴 했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현장 책임자들도 고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앞으로 유사 범죄가 있을 때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조사위의 진상규명 불능된 직권조사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활동도 필요하다.

조사위의 암매장 관련 보고서는 결국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내려지면서 자칫 ‘암매장이 없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는 암매장 사실의 증언은 다수 확보했으나, 실제 현장에서 유해는 발굴되지 않은 점에서 비롯됐다.

명백한 진상규명을 위해선 암매장터에 대한 재조사뿐만 아니라 5·18 이후 사체처리 과정 등을 모두 파악해 유해들의 이동 흔적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으로는 재단이나 일반 기관에서 암매장 현장을 직접 발굴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재단 차원에서 추가적인 조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를 맡기 전 과거에 했던 일을 돌아본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전두환과 노태우 등 5·18 학살 책임자로 지목된 이들을 단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과 이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대책위원회에서 일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보급해 인권 차별을 예방하는 활동을 했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서 한국 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을 조사하고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일을 했다. 지나고 보니 국가폭력, 인권, 민주주의 관련 활동을 했는데 앞으로도 공익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



-5·18기념재단의 올해 역점 사업을 소개해달라.

△지난 1944년에 설립된 5·18기념재단이 올해로 30년 맞이했다. 오는 2030년이면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50년이 된다. 이제 5·18 당사자보다 5·18 이후 출생한 비경험 세대가 5·18문제를 이끌어가도록 ‘5·18 비경험 세대 전면 등장’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2030년에 5·18 비경험 세대에게 모든 것을 이양하기 위한 준비를 차분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재 양성·사업 재구조화 등 중장기 계획 마련 △안정 재정 모델 강구 △재단법인 운영 고도화 △5·18 상징 센터 마련 △유공자 품위 유지와 예우 문화 조성 △5·18과 지역사회 공존 문화 조성 △진상규명과 정신 계승 철저 등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5·18 헌법 전문수록 또한 오월 정신계승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헌법 전문수록은 여야 모두 찬성했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위해 기념재단은 시민사회와 함께 공동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5·18정신을 포함한 6월 민주항쟁도 헌법에 포함될 수 있도록 심포지엄을 통한 전국 네트워크를 이어갈 예정이다. 헌법 수록의 가장 큰 의의는 앞으로 5·18과 관련, 역사적 사실을 왜곡·폄훼한다면 위법이 아닌 위헌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5·18 왜곡·폄훼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전문수록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민들에게 한말씀 부탁한다.

△올해 국가 차원의 보고서가 처음 나오고,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시기인 만큼 재단도 기념사업의 방향을 재점검하고 있다.

오는 2030년에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50주년이 된다. 즉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비경험세대가 50살이 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들을 위해서는 경험한 세대들이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올해부터는 5·18 비경험세대의 전면 등장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정했다. 그 의미에서 재단 직원들의 자체 교육부터 인재 양성, 후생복지도 신경쓰고 있다.

재단의 사업도 재구조화 준비 중이다. 현재 재단의 사업은 2000~2005년에 개발된 사업이다. 때문에 비경험 세대를 위한 교육사업들이 적합한지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5·18 민주화운동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만큼 실망도 많이 드린 사실도 인정한다. 더이상 지역민들이 실망하지 않고 5·18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5·18 피해 당사자들도 품위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재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

/민찬기 기자



[약력]

△5·18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간사 △5·18기념재단 총무부장 △국가인권위워회 공보담당관실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팀장 △광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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