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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 사병 죽음 외면하는 부끄러운 장군들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병역 의무 존중받아야 마땅
위나라 장수 '오기'의 교훈

2024년 06월 24일(월) 18:53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곧 1년이 되어 갑니다. 해병대는 사건 직후 박정훈 대령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수사단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였고, 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비롯한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수사결과를 보고하였는데 당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이첩보류명령을 내렸음에도 박 대령은 경찰청으로 이첩하였습니다. 그러자 국방부 감찰단이 박 대령을 항명혐의로 고발하고 애초 혐의가 있다고 보고된 임 사단장 등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물어 경찰에 재 이첩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흔치도 않지만 그렇다고 뭔가 이상할만한 사건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위 과정에서 대통령이 격노하였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치문제로 비화되었습니다. 야당은 해당 사건이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으므로 특검법으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하면서 5월 2일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였고 결국 재의결절차에서 부결되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병역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에 복무할 의무를 집니다. 헌법 제39조는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무라 함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조정하기 위하여 규범에 의하여 부과되는 부담이나 구속을 말합니다.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반드시 일정한 행위를 하여야 할 법률상의 구속력이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와 같이 분단되어 있고 지금도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여러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강성한 군사력이 모든 것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상대방을 비방할 때 친북세력 운운하면서 모든 가치평가에 앞서 이념을 앞세우기도 합니다. 이토록 신성한 국방의 의무 그 중 병역의 의무는 그 희생의 무게만큼 가치를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지금 일련의 사태를 보면 과연 그러한가? 의문입니다.

건강한 20대 청년이 군사작전도 아니고 수해현장에 나갔다고 꽃다운 청춘을 채 피우지도 못하고 죽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채 상병의 실수도 아니었고 상부에서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무리한 수색을 지시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다섯 명이나 되는 장병들이 물에 휩쓸러 자칫 더 많은 병사들이 희생될 수도 있었습니다. 위정자가 누구이든 간에, 그것이 인재이든 천재이든 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지금이 거북이 등껍질로 점을 치던 시대도 아니고 이런 사고를 위정자의 덕성이 부족해서이니 하늘이 노했다는 등의 시답지 않은 얘기를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를 어떻게 하는 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행위에는 결과가 있고 그 결과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그런데 국무위원이라고 하면서 국회에서도 큰소리를 치던 사람들이 수백 명의 사람이 죽었어도 조금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병사 한명이 죽은 사건에서는 책임 있는 사단장마저 빠져나가고 만만한 현장지휘관 몇 명만을 본보기로 처벌하고 사건을 무마하려고 합니다. 기성세대로 부끄럽고 창피하고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사단장이나 그 이상의 지휘관이 명령할 경우 그곳이 죽을 곳이더라도 병사들은 그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계급이 낮은 병사의 생명과 별이 몇 개씩 달린 장군의 그것이 가치가 다르지 않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지 않습니까. 생때같은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습니까.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에 오기라는 장수가 있었습니다. 오기는 장수가 되어서도 병사들 가운데 가장 낮은 자와 똑같이 옷을 입고 밥을 먹었으며 누울 때도 자리를 깔지 않았으며 행군 때도 병사들과 같이 식량을 직접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한번은 종기 난 병사를 위해 오기가 고름을 직접 빨아주었는데, 그 얘기를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 연유를 묻자 병사의 어머니는 "오공이 우리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 적진에서 죽었습니다. 오공이 지금 제 아이의 종기를 빨아 주었으니 이 아이가 언제 어디서 죽게 될지 몰라 우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장수가 있을 리가요. 사마천이 지어낸 얘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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