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사상 한 경기 최다 실점’

선두 KIA 타이거즈에게 상당히 굴욕적인 꼬리표가 붙게 됐다. 최근 불안한 마운드 전력이 KIA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KBO리그 43년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30실점 패배를 당했다.

KIA는 지난달 3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30으로 패배했다. 올시즌 한 경기 최다 점수차 패배이자 KBO리그 역대 최다 실점이다. 최다 실점 종전 기록은 1997년 5월 4일 대구 삼성전에서 LG가 기록한 27실점이다. 최다 점수차 패배 기록은 KIA가 2022년 7월24일 사직 롯데전에서 세운 23-0 이었다.

정규 리그 1위 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KIA는 선발 김도현이 2⅓이닝 8피안타 2탈삼진 6실점으로 일찌감치 무너졌고 김기훈(0⅔이닝 3실점)-곽도규(1이닝)-최지민(1이닝 5실점)-이준영(0이닝 4실점)-김현수(0⅔이닝 7실점)-김대유(1⅓이닝 5실점)-장현식(1이닝)까지 이어지는 불펜진도 무려 24실점을 기록하면서 맥없이 주저 앉았다. KIA는 9회 야수 박정우가 마운드에 오르는 굴욕 끝에 1만8,693명의 홈팬들 앞에서 24점차로 참패했다.

이날 KIA의 패배 주요원인은 마운드다.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고 부진했다. 이번 경기 뿐만 아니라 후반기 KIA 마운드 상황이 좋지 않다. KIA의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은 지난달 31일 기준 5.35로 8위. 선발 평균자책점은 4.74(8위), 불펜 평균자책점 6.92(9위)로 하위권을 밑돌았다. 선발과 불펜의 동반 부진으로 대량 실점해 초반 분위기를 내주는 경기가 잦았다.

연패를 끊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네일도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알드레드 역시 시즌 평균자책점 4.5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직전 경기인 지난달 30일에는 7실점 했다.

그나마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시즌 평균자책점 3.63로 제몫을 하고 있다. 이의리와 윤영철 대체 선발 황동하(평균자책점 5.00), 김도현 (평균자책점 6.93)역시 선발 경험이 적어 안타를 많이 허용하기도 하고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타선이 힘을 냈음에도 마운드가 무너지는 경우도 적잖았다. 지난달 30일 두산전에서는 7점을 뽑고도 12실점으로 패배했고 26~27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이 감독은 “요새 어려운 경기를 많이 하고 있다. 생각 해야할 부분들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선발투수들이 4~5월부터 계속 2, 3회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기용해야 할 투수들이 많아지고 투수들이 힘들어지는 시기가 왔다. 날씨도 더운데다가 경기수가 많다보니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지나간 경기는 지나간 경기다. 선수들이 점수를 많이 줬고 그런 경기를 한 것에 KIA 팬들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선수단을 따로 수습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는 “본인들이 더 잘알 거다. 점수를 많이 준 점은 팬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따로 미팅을 해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지친 선수들에게 크게 와닿을 것 같지 않다. 어떤 팀과 만났을 때도 방심하면 내줄 수 있다는 것을 본인들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원 기자

KIA 타이거즈 김기훈이 3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투구 후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