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방차 전용구역’이 유명무실해 화재 발생시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이들 구역에 불법 주차나 적치 행위를 하면 최대 1백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법 개정 이전 준공아파트를 제외하고 있는 데다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미흡한 탓이 크다.

지난 2018년 개정된 소방기본법은 1백세대 이상 아파트에는 소방차 전용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한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적치행위를 하면 1차 50만원, 2차 이상 1백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소방기본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과태료 부과 등의 법적 제재 대상에서 제외가 된다는 것이다. 규정이 이러하니 화재 및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약한 것은 당연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30년이상 지난 노후 아파트 등은 주차공간이 협소해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를 하는 차량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 규제를 무색케 하고 있다. 심야에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화재진압의 대응이 지연되거나 차질이 빚어질 것임은 불문가지인 셈이다. 또 법규가 이처럼 미흡하다 보니 택배차량과 같은 방문차량들이 버젓이 불법주차를 하는 행위 또한 일반화돼 있다니 씁쓸하다. 이래서야 소방차들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광주지역 100세대 이상 아파트 836곳 중 신고가 가능한 아파트는 3.3%, 28곳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지난 6월까지 최근 3년동안 불법 주정차 문제로 접수된 민원이 2천건을 넘지만 과태료 부과 건수는 214건에 불과했다. 따라서 화재 발생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법규의 소급적용 및 강화, 그리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안전 의식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화재가 발생, 대응이 늦어져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면 그 부담은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