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본 할머니들의 눈이 슬퍼보여요. 제대로 된 사과는 언제 받을 수 있을까요.”

6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3층 시민갤러리.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39명의 초상화 특별전 ‘기억의 방’을 관람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광주시 주관으로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기억의 방 특별전은 서양화가 이인혜 작가와 협업해 ‘위안부 피해자 39인의 초상화’를 작품으로 선보인다. 마치 ‘카타콤배’(고대 기독교의 지하묘소)를 연상케 하는 하나의 방을 만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애도와 각성의 시간을 갖도록 한 게 특징이다. 전시 시작 이후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 500여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기억의 방’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억울한 삶을 산 피해자들이 구원을 받아야 한다는 소망을 담은 기억의 성스러운 장소라는 뜻이다.

이인혜 작가는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40명 중 정의기억연대에 의뢰해 작품 제작을 허락한 국내 34명과 외국인 5명의 얼굴을 화폭으로 옮겼다. 전주삼합판지 위에 아크릴을 바른 후 파스텔과 콩테를 활용해 작업했으며 사실주의를 활용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파스텔을 사용한 이유는 빠른 시간에 사실처럼 묘사하기 위해서다. 얼굴 주름과 눈 부분 등에 대해 역점을 두고 표현했는데, 때문에 모든 초상화가 멀리서 봤을 땐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슬퍼하는 듯한 눈을 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는 전시해설사 도움으로 초상화 속 할머니들의 각자 사연을 들을 수 있다. 각자 다른 할머니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관람객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쉽사리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고 김학순 할머니는 지난 1991년 8월 14일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 증언 이후 전국의 생존자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인권 문제로서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17년에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날 관람객들은 광주·전남 출신 피해자의 초상화 앞에 오래 머무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곽예남(1925∼2019), 공정엽(1920∼2016), 백넙데기(1922∼2008), 최갑순(1919∼2015) 등 4명은 광주·전남이 고향이다.

곽 할머니는 1944년 ‘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일본인에게 속아 중국으로 건너갔고 해방 뒤 고향을 묻는 중국 관리에게 “광주, 담양”이라고 말했으나 중국 광주로 잘못 이해한 탓에 오랜 시간 중국을 떠돌아야 했다. 그는 2004년에야 문화방송(MBC)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일본이 조선인에 대한 인권 유린과 관련된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안점순 할머니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당시 일본 순경들은 저울을 들고 다녔는데, 통통한 체형이었던 안 할머니가 몸무게가 나간다는 이유로 14살이란 말을 무시한 채 끌고갔다고 한다. 해방 후 고국에 돌아와서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이러한 설명을 듣던 한 관람객은 “일본이 조선인의 인권을 무시한 채 동물 수준으로 본 것”이라고 분통해했다.

관람객들은 39명의 피해자 중 생존자가 4명(강일출·이용수·박필근·이옥선)밖에 남지 않은 상황도 안타까워했다.

서울에서 광주로 여행을 왔다는 홍채연씨(21)는 “엄마와 함께 광주에 놀러 왔다가 위안부 피해자 전시회가 있다고 하길래 관심이 생겨 방문했다”며 “할머니들의 사연이 너무 안타깝다. 생존자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된 일본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줄어든 듯하다”며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될 역사인 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희정 전시해설사는 “전국 각지에서 가족·친구 등 개인·단체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할머니의 사연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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