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제22대 국회 들어 정쟁 속에 방치된 주요 민생법안들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들이 회담을 갖고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야 모두 민생에 관심이 없는 듯 정쟁에만 몰두해온 터라 이번 합의는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와 국제 정세 등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때라 더욱 그렇다.

양측이 이번 합의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양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50여개 법안 중 수용 가능한 법안들이 매개인 것으로 전해진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구하라법', 산업 직접 활성화 및 공장 설립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등이 그것들이라 한다. 양당은 이들 법안을 먼저 속도를 내 처리를 하고 나머지 법안들도 쟁점을 최대한 조율해 신속히 처리하는데 공감했다니 다행스럽다. 특히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터라 혹서기 취약계층 전기요금 감면 등에 대한 법안 처리 합의는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는 내수부진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세와 미국발 증시 불안까지 겹치면서 국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여야가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면서 소모적 정쟁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직면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여야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민생 앞에서 하나가 되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여야가 뒤늦게라도 민생법안 처리에 한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선 만큼 일단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탄핵과 특검 추진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멈출줄 모르고 있는 데다 '민생' 꼬리표가 달린 다수의 법안들은 여야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여야는 협상에 유연성을 갖고 접점을 찾기 힘든 법안은 일단 뒤로 미뤄놓고 이견이 별로 없는 법안은 합의안대로 우선 처리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