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뜨거운 감자 중 하나로 존치와 폐지의 갈림길에 선 광주학생인권조례의 향배가 조만간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주민발의로 추진된 조례 폐지안에 대한 각계의 찬반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키를 쥔 광주시의회가 의견수렴을 위한 간담회, 공청회 등에 속도를 내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8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주민조례청구 요건을 충족한 광주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가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6월27일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종교단체 등이 주민조례청구 제도를 통해 제출한 폐지 조례안을 수리·의결했다.

지난해 10월5일부터 올해 5월19일까지 총1만366명의 주민이 서명해 접수한 폐지안은 8,207명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판명돼 폐지 청구 수리 기준 인원인 광주시 선거권자 총수 150분의 1(2023년 기준 8,034명)을 초과했다.

시의회는 지난달 제9대 후반기 의회 원구성 과정에서 조례안 심사를 보류했지만 후반기 의정활동이 본격화된 만큼 조례 폐지안도 조만간 논의를 거쳐 다시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건 재상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도 존폐를 둔 찬반 논쟁이 거세게 달아오르고 있다.

광주YMCA, 광주YWCA, 광주교육연구소, 광주대안교육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광주교육시민연대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과 배치되는 위법 사항으로 주민조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하돼야 한다”며 “헌법,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교육 기본권과 정신을 훼손하는 등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의회에서도 조례 폐지안이 수리·발의됐지만 이후 집행 정지 결정을 받은 것은 조례 폐지로 발생하게 될 혼란과 기본권 침해의 심각성을 사법부도 인정한 것이다”며 폐지안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도 “교사와 학생의 권리는 상충하지 않는다. 일정 부분 보완돼야지 어느 하나가 폐지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접수한 청구인들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과 권리만 강조하고 한계와 책임이 없어 결과적으로 교사가 학생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그 결과 최근 5년간 광주에서만 교권 침해 사례가 291건 발생했으며 교사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 상해·폭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3차례에 걸쳐 시교육청, 광주YMCA·광주교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주민조례 청구인 등과 간담회를 갖고 진행 상황과 향후 추진 과정을 논의했다.

시의회 교육문화위 소속 A 의원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소속 상임위 의원들의 의견뿐 아니라 의회 전체 의원들간 협의도 거쳐야한다”며 “광주의 정서상 폐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무조건적인 폐지보다는 시대에 맞춰 조례를 수정·보완해야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명진 교육문화위원장은 “교육 현장에서 학생·교사 등을 종합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중이다”며 “공청회·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이 숙성되면 적절한 시점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 학생인권 조례는 학생 인권에 대해 시교육청·관할 학교와 교직원·학생·보호자 등 지역사회 구성원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하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조례에는 학생이 성별·종교·나이·성별 정체성·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체벌 금지·복장 및 두발 개성 존중·소지품 검사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충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는 올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했지만 대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신청을 인용해 현재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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