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사는 소리 포스터

똥사는 소리 스틸컷

똥사는 소리 스틸컷

지난달 26일 광주 출신 감독의 작품이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바로 조재형 감독의 작품 ‘똥 싸는 소리’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국민의 힘 최보윤 의원, 광주 (사)실로암사람들,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시사회는 여러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의 여야당 의원이 함께 추진한 시사회라는 점, 그리고 장애인의 인권을 그린 영화라는 점, 특히 작품이 광주에서 제작된 첫 장편극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날 시사회에는 ‘봉오동 전투’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신연 감독, ‘해치지않아’ ‘이층의 악당’의 손재곤 감독도 함께 시사회 자리에 참석해 영화 ‘똥 싸는 소리’ 개봉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영화 ‘똥 싸는 소리’는 일도 사랑도 모두 잘 해내고 싶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 ‘미숙’(임도윤 분)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에서 일하고 있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 미숙은 일도 열심히 잘하고 싶고 결혼도 꼭 하고 싶다. 하지만 결혼까지 생각했던 애인의 이별 통보와 함께 엄마가 되고 싶은 미숙의 꿈도 좌절되고 만다. 하반신 마비라는 것은 단지 불편한 장애일 뿐 그녀에게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은 미숙에게 직장동료인 태식의 친절함은 또 다른 연애의 기회로 다가왔다. 연애에 있어선 너무나도 대담한 그녀. 어느 날, 가정폭력 피해자인 열 살 수영과 갑작스러운 한집살이를 시작하게 되면서 수영의 보호자도 돼줘야 하고 숙맥인 태식과의 사랑도 시작해야 하지만 모든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미숙은 이 사랑을 이뤄낼 수 있을까.



●광주출신 제작진 의기투합

영화‘똥 싸는 소리’는 사단법인 광주영화영상인연대와 광주 장애인단체 사단법인 실로암사람들이 함께 제작했다. 스태프가 모두 광주 출신 영화인으로 최지원(프로듀서), 이경호(각본), 유명상(조감독, 각색, CG), 김신혜(조감독), 오태승(촬영) 등이 참여했다. 실재 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주인공인 미숙의 실재 인물은 김미숙(39)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사무국장이다. 영화를 연출한 조재형 감독과 김미숙 사무국장과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과 장애인, 사회의 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왔던 조재형 감독은 2014년 6월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4·16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재판에 참석한 유가족들을 응원하는 김미숙 사무국장을 보고 그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제안, 이에 승낙을 받아 3년간 그의 삶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러나 조재형 감독에게 불어닥친 시련으로 인해 이 영화는 세상의 빛을 보진 못했다. 2018년 3월 광주 임동에서 영상작업을 하던 조재형 감독은 넘어져 의식을 잃었고 뒤늦게 건물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됐지만 ‘원인 불상에 의한 사지 마비’라는 진단을 받고 2년간 수도권에서 재활 생활을 해야만 했다. 경추 신경을 다친 그는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번아웃 증상이 왔고 몇 개월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이 몰려왔다고 한다. 2021년 3월 광주로 돌아온 조 감독은 당시 광주영화영상인연대 김지연 이사장에게 “죽기 전에 영화 한 편 찍고 싶다”고 자신의 의지를 전했고 김지연 이사장은 어떻게든 돕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조 감독은 어떤 영화를 찍을까 고심하던 찰나 2014년의 인연인 김미숙 사무국장을 떠올렸다. 비장애인이었던 자신이 갑자기 장애인이 됐던 것처럼 초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뇌출혈로 하반신 마비가 된 김씨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자신이 장애인이 되면서 느꼈던 장애인의 고충을 담은 이야기, 그렇지만 결코 슬프거나 비참하지 않은 밝은 영화를 찍고 싶었던 조감독은 장애인이지만 너무나도 밝았던 김미숙씨의 연애사, 가족사 등 일련의 에피소드 등을 영화에 담아내며 로멘틱 코미디 영화를 완성했다. ‘똥 싸는 소리’의 제목도 김미숙씨가 2019년에 쓴 에세이와 같은 제목이다. 조 감독이 다른 스텝들의 제목에 대한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고집한 이유 중에 하나는 장애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었던 자신의 굳은 의지였다고 한다. 어느 매체의 인터뷰에서 조 감독은 실제 장애인이 된 뒤 자신도 가장 어려운 것이 “4시간마다 소변을 빼줘야 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장애인의 시각으로 무수히 많은 차별과 편견 속에서 당당히 사는 장애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는 조 감독은 중증 장애인이 사랑을 나누기 전 꼭 관장을 한다는 조금은 가슴 아픈 이야기에 그들이 시원하게 변을 보는 의미에서 제목을‘똥 싸는 소리’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영화‘똥싸는 소리’는 휠체어를 탄 조재형 감독에 의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네트워크 허브사업에 ‘동행’이라는 프로젝트 시나리오 개발비 700만 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장편영화 제작 지원비 1억 원과 한국영상위원회 지원사업 4천만 원이라는 그리 많지 않은 지원금으로 2022년 완성됐으며 그해 4월 광주극장에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첫 시사회를 가졌다.



●광주 영화씬 아버지 조재형

조재형 감독(55)은 전남대 영상패‘아리랑’출신으로 광주 지역의 영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방학 때는 공사판에 나가 일하고 모은 돈으로 카메라를 사고 후배들을 가르치고 카메라를 들고 투쟁의 현장을 기록하는 일들을 멈추지 않았다. 1991년 김조광수 감독과 함께 전대협 영상창작단을 조직, 영화를 제작, 전국대학에 배급하기도 했다. 학생운동 이후 서울 충무로 영화판에 들어간 조재형 감독은 원신연, 손재곤 감독과 함께 ‘영화제작집단 M16’을 결성,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단편영화 ‘그날’(2008) 제작, 서울독립영화제, 미장센단편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이후 광주에서 영화 운동을 하는 후배들의 요청으로 광주로 돌아와 2015년 광주독립영화협회 대표,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이사직을 맡아 활동하며 지자체로부터 영화제작지원사업을 받아내는 등 광주영화씬의 발전 토대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러한 광주영화씬의 아버지 격인 조재형 감독의 광주 첫 장편영화라는 점에서 영화 ‘똥 싸는 소리’는 광주영화 역사 안에서 중요한 의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영화‘똥 싸는 소리’의 개봉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또다른 이유는 사단법인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기획, 제작, 배급까지 맡아 오롯이 지역의 힘으로 제작된 광주영화라는 점이다. 2022년 첫 시사회 후 몇몇 영화제에서 상영회도 했지만, 배급사를 잡지 못해 영화는 난관에 부딪혔다. 광주에서 장편극영화가 처음으로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2년 여간 개봉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사단법인 광주영화영상인연대에서 전국의 독립영화관과 예술영화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인 직접 배급에 나서서 현재는 광주독립영화관, 광주극장, 서울 인디스페이스, 대구 오오극장, 목포 시네마엠엠 등 총 10개 관에서 상영 중이다. 실로 영화 ‘똥 싸는 소리’는휠체어를 타고서도 영화를 연출한 조재형 감독과 광주영화영상인연대, 광주 영화인의 힘이 만들어낸 엄청난 노력의 결실이 아닐 수 없다. 광주시민과 지자체가 광주영화를 위해 오늘도 광주영화씬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광주영화영상인연대, 광주영화인들에게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영화 ‘똥 싸는 소리’를 잇는 다음, 또 다음, 또 그다음의 광주영화들이 제작,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을 것이다. 광주 영화인의 노고로 만들어진 영화‘똥 싸는 소리’는 광주독립영화관, 광주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광주시민의 응원이 필요한 지금, 광주뿐만이 아닌 각 지역의 많은 관객분들이 극장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