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임금 체불 규모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올 상반기 체불액이 1조436억원, 체불 피해 근로자만 무려 15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탓이 크다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체불액은 무려 2,200억원, 피해 근로자는 1만8,000여원 증가한 수치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반기에 임금체불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 한다. 작년 한 해 체불액이 1조7,000여억원이었는데 반해 올해엔 상반기에만 벌써 1조원을 넘어섰으니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체불액도 사상 최대치 2조원을 훌쩍 넘어서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는 그동안 일선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과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의 임금체불 양상을 보면 사업 현장에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임금 체불이 지속하는 건 경기 부진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건설 경기 부진 속에 지난해 건설업 체불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6.0% 늘어난데다 비중 또한 5% 정도 껑충 뛰었다니 건설업이 체불을 주도한 셈이다. 내수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난 것도 체불액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달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 1백만명에 육박했다는 소식이 이미 나온 터라 양대 업종이 체불의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임금 체불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경기 부진 탓만 해선 안된다. 정부가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정부가 대신 임금을 지불해 주는 대지급금 규모가 커지는 반면 회수율은 낮아지는 등 2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고액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들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 노동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꼼꼼한 대책 마련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