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벌써부터 충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너무한 거 아닌가요?”

광주 동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최근 입주자 회의에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 안건이 부결됐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씨는 그동안 전기차 충전소에 매번 들려야하는 수고를 했었는데, 입주민들의 반대로 또다시 고생길이 훤히 보이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기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크다”며 “지하 주차장과 달리 지상 주차장의 경우 화재 대응이 비교적 수월할 것이고, 충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이용권 침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이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내년 1월까지 전체 주차장 면적 1,078면 중 23면에 전기차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입주자회의에서 전기차 안전성 등을 이유로 충전소 설치를 반대해 해당 안건은 부결된 상태다.

정해진 기한 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만, 입주민들은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서까지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김모씨는 “최근 북구 삼각동과 인천 등 잇따라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에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며 “현재 입주민의 60%가 충전소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안전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충전기 설치를 유보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사항을 입주자들의 의견에 따라 거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도 결국 입주자들이 내는 관리비로 납부할 것인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입주민 사이에서 충전소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1월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화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기차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등록된 전기차는 지난 5월 기준 1만 3,216대로 지난 2021년(5,194대)과 비교해 154%(8,022대)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소도 지난 2021년 3,019기에서 올해 5월 기준 9,098기로 늘어났다.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내년 1월까지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전체 주차면적수 대비 2~5%의 전기차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충전소 설치 위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을 뿐더러 안전대책도 미흡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각 자치구별로 △자치구에서 마련된 대비책 △전기차 충전소 설치 지상화 등을 문의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대책이 없어 충전소 지상 및 지하주차장 입구와 가깝게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구의 경우 지난달 광주시 서구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의 화재예방 및 안전소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조선대 신소재공학과 박현중 교수는 “현재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법만 마련됐을 뿐 사고에 대한 방지책은 미비한 상황이다”며 “기술 진보도 중요하지만 법적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 시 대형화재로 번지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환 기자